9화
몇 해 전부터 ‘긁’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유튜브 숏츠에서 두 사람이 ‘긁’이라는 글자를 앞에 두고 서로를 조롱 섞인 농담으로 긁어대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상대가 코미디언이 아니라 작가라면 분명히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말들이다.
특히 이 짧은 문장은 어떤 작가라도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
“이거 일기야?”
(비슷한 말로는 ‘낙서는 낙서장에서 해야지’가 있다)
이 말이 충격을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기는 나만 보는 글이고, 에세이는 남도 보는 글이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는 팬티만 입고 거실에 앉아 있어도 괜찮다.
하지만 누군가 집에 들어오면 최소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앞서 나는 에세이를 ‘맘대로 쓰는 글’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멋대로 쓰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멋은 멋 부리는 태도가 아니라,
가치와 취향이 담긴 주체적인 글쓰기를 뜻한다.
이것이 빠지면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글이 된다.
멋대로 쓰는 글
ㅈ대로 쓰는 글
두 글은 엄연히 다르다.
에세이는 결국 누군가가 읽어야 살아난다.
독자가 없다면 에세이는 공허한 일기와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에세이를 쓰려는 사람이라면 내 관심사뿐 아니라, 독자의 관심이 무엇인지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에세이는 태어날 때부터
‘독자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마흔 이후 브런치에서 독학으로 글을 쓰며 출판 제안을 받고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과 기술을 솔직하게 나누는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