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다.
푸르기 때문에 더 믿기 어려운 하늘 아래,
알리칸테의 햇살은
당신의 미소를 기억하는 법을 안다.
60년을 돌아,
낯선 시간 속에서 멀리 돌아온 끝에
나는,
비로소 당신을 만난다.
독일의 겨울을 지나고,
폴란드의 우수를 건너,
시간이 닿지 않던 두 나라의 그림자 속에서
어디선가 조용히 엮이던 실 하나,
그것이 오늘 나의 손과 당신의 손 사이에
뜨겁게 당겨진다.
당신은 몰랐겠지,
서울의 밤하늘에서 당신을 향해 흘려보낸 내 한숨이
지중해의 바람이 될 줄은.
나는 몰랐지,
당신이 그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강을 건너야 했는지.
그러나 지금,
이 여름의 문턱에서
우리 앞에 놓인 하늘은 단 하나,
눈부시도록 푸르다.
이 인연이 요상하다 말하지 말자.
우리가 지나온 모든 우회가,
오직 이 순간을 향한 직선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니.
짜릿하다 말하지 말자.
우리의 심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렇게 자연스레
서로의 박동에 맞춰 뛰지 않았으니.
당신이 웃고,
내가 말없이 그 곁에 앉는
이 작고 거대한 기적.
알리칸테는 지금,
여름을 품은 하늘을 우리에게 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