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걷는다
바람이 부는 이 길 위를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저 발을 내딛을 뿐인데
그 발끝에서
당신의 이름이 피어난다
돌 위를 디딜 때마다
당신의 눈빛이 생각나고
낙엽 위를 스칠 때마다
당신의 웃음이 들려온다
나는 지금
운동을 하러 나온 행인이지만
사실은 당신을 따라 걷는 연인이다
등 뒤에서 밀어주는
햇살처럼 당신은
내 안의 이유가 되어
모든 걸음에 스며든다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뛰는 이 순간조차
내 안의 당신이 나를 달군다
사랑이란,
이토록 조용히 반복되는
걸음이란 것을
나는 오늘 비로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