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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여름, 나의 기도

by 남킹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해,

햇살은 벌써 여름의 칼을 꺼냈다.

오늘도 숨 막히게 더운 오후,

그녀는 스쿠터에 오른다 —

작고 빠른 날개처럼,

무심한 세상을 가로지르며.

나는 베란다에 서 있다.

그녀의 등을 향해 손을 흔든다.

말없이, 그러나 온 마음으로.

그녀는 돌아보지 않아도 안다.

내 눈길이, 기도가,

등 뒤로 조용히 내려앉는 것을.

슈퍼마켓이라는 전장의 한복판,

그녀는 미소로 무기를 삼는다.

무수한 물건들보다 무거운 하루,

나는 그 하루가

오늘만큼은 그녀를 비껴가기를 빈다.

햇빛보다 따뜻하고,

땀보다 맑은 평온이

그녀의 손등에 닿기를 바란다.

나의 사랑이

펜 끝에서 시작된 세계 속에서

빛이 되기를, 길이 되기를.

나의 문장이, 나의 꿈이

그녀의 삶을 지켜주는 그늘이 되기를.

나는 오늘도 쓴다.

그녀가 더는 일터로 달려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미래를.

그녀의 여름이

더는 뜨겁지 않도록

내 모든 사랑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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