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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Aug 15. 2024

먼 훗날 내가, 살아온 나에게 건네는 편지

상상만으로도 벅찬 

  

수고했어.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마워. 설마 혼자인 건 아니지? 네 곁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면 독립시킨다고 그렇게 강조를 했으니 이루어졌겠지? 캥거루족으로 한집에 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란다. 이제 아이들 걱정은 안 해도 될 나이니까 아이들에 대해서는 묻지 않을게.   

   

건강은 어때? 마흔 넘어 건강검진 할 때마다 하나씩 문제가 생기더니 큰 병에 걸린 건 아니지? 지금 너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설마 당뇨병에 걸린 건 아니겠지? 유전이라는 변명은 하지 말기를 바라. 운동과 식이요법만 잘하면 안 걸릴 수 있는 게 당뇨니까. 항상 네 편을 들어주던 반쪽은 어때? 여전히 조기축구는 하는지, 새벽에 일어나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보고 있는지도 궁금하네. 소식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무래도 너보단 걱정이 덜 된다. 제발 운동 좀 규칙적으로 해. 그리고 밀가루 음식 좀 그만 먹고 믹스커피도 좀 적당히 마시고. 아직도 라테만 마시는 건 아니지?      


부모님 소식은 묻고 싶지만, 물을 수 없을 것 같네. 상상만으로도 벅차고 힘드니까.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기만을 바랄 수밖에.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130살인 시대니까. 참 너의 반려견 쭈니는 잘 지내? 강아지도 의학발달의 수혜자가 되었겠지? 뉴스에서 대한민국 최장수 반려견 쭈니의 이야기가 나오면 참 좋겠다. 걱정했던 슬개골 수술도 안 했으면 좋겠고 스무 살 넘은 쭈니가 뛰어다니기를 바라지는 않을게. 천천히 걸어도 좋으니까 부디 오래오래 네 곁에 머무르기만을 바랄게.     


그동안 넌 무슨 일을 하며 살았을까? 글쓰기 수업은 계속하고 있는지, 글 쓰는 삶을 놓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까 아마 작가의 삶을 살았겠지? 아니면 유명한 강사가 되었으려나? 창작의 고통에 허덕이며 산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인생은 많지 않아. 세상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거든. 마흔 넘어 찾은 네 길을 의심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기를 바라.      


참! 친구랑 시니어 연수 간다고 하더니 연수는 다녀왔어? 어느 나라로 갔는지도 궁금하네. 몰타? 영국? 캐나다? 그곳이 어디든 너는 분명 새로운 인연을 만났을 테고 반짝이는 하루하루를 보냈을 거야. 비키니 입고 바다에서 멋지게 수영도 했겠지? 이제 남의눈을 의식하며 살 나이는 지났으니까 부디 너만 생각하며 특별한 일상을 누렸기를 바라.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으니 그 약속도 잘 지켰겠지?      

지금 네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예순을 넘긴 너는 어떤 삶을 동경하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지. 비록 과거에 네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더라도 괜찮아.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나이야. 꿈꾸는 비비를 응원해. 부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지금처럼만 행복하자. 딱 지금처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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