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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으로 삽니다

시작하면서

by 레잇 블루머


지금 이 글은 쿠팡 야간 셔틀에서 내린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쓰는 글입니다.


하루 10시간 동안 물류 창고를 걷고,

집에 돌아오면 다리가 굳어버리고,

가끔은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싶은 그 사람.


그 사람이, 저입니다.


저는 한때 회사원이었고,

어느 정도 “잘 나간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한 번 크게 이용당했고, 말아먹었고, 망했습니다.


회생을 신청했고, 신용 불량자가 되었고,

가족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저는 지금 쿠팡 물류센터에서 밤을 걷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저는 쿠팡으로 삽니다.”


쿠팡 때문에 먹고살고,

쿠팡이라는 세계 안에서 하루를 버티고,

쿠팡에서 본 것, 느낀 것, 견딘 것들로

다시 한 걸음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쿠팡을 욕하는 목적의 글도 아니고,

쿠팡을 칭찬하는 글도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삶이,

쿠팡이라는 공간을 통과하며

어떻게 변해가는지 기록하는 글입니다.


밤새 걸으면서 떠오른 생각들,

발바닥 통증과 함께 올라오는 자괴감,

그래도 내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이 냉기 어린 바닥에서 버티며,

다시 일어나려는 한 인간의 시도들.

그걸 있는 그대로 적어보려 합니다.


SNS에 반짝 올리고 사라지는 글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돌아와서 읽을 수 있는 기록을 제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나만 이런 거 아니었구나.”

하는 작은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록이 없으면

저는 쿠팡에 계속 다닐 이유를 잃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씁니다.


살기 위해서.






앞으로 ‘쿠팡으로 삽니다’를 비롯한

저의 브런치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예정입니다.


야간 물류센터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일상 기록이 아닌,

한 인간이 벼랑 끝에서 어떻게 버티고, 변하고, 다시 일어서려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고,

법원의 결정이 나오길 기다리는 그 초조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개인회생 절차에 관한 이야기.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40대 중반 아저씨의 심경,

500원짜리 자판기 음료수 하나 앞에서 멈칫하는 구질구질한 현실,

그래도 가족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일어서는 마음,

그 사이에서 갈라지는 자존심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쿠팡을 벗어나기 위해 AI를 공부하고,

콘텐츠 자동화 시스템을 직접 만들고,

GPT와 워드프레스를 엮어 수익을 내려는 시도에 관한 이야기.


잘 나가던 회사원에서,

지금은 관리자 호출이 무서워 손이 떨리는 야간노동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망하기 전, 나름 재미를 보았던 온라인 사업과 그때 쌓았던 노하우,

그리고 저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은 사람들에 대한 조용하지만 집요한 복수극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흔들려도 끝내 내려놓지 못한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


이 시리즈는 꾸며서 쓴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그대로의 기록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 기록 안에는 분명히,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앞으로의 이야기 대부분은 멤버십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멤버십 발행이 저 또한 조심스럽지만 독자가 없어도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길을 가야만 하고, 이 기록을 남겨야만 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달 커피 한 잔 값으로,

이런 ‘희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면

그건 낭비가 아니라, 삶을 읽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저는

이 세계를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

지금 자기 삶의 바닥을 걷고 있는 분들,

언젠가 다시 일어나고 싶은 분들께

조용히 말을 걸어보려 합니다.



“우리,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회차부터는 실제 현장에서의 하루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저는 지금,

“쿠팡으로 삽니다.”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저는,

“쿠팡에서 나왔습니다.”

라고 쓸 겁니다.



그때까지, 이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 앞으로 이 이야기들은 매거진 형태의 격일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쿠팡으로 삽니다'를 중심으로 '회생 이야기' 'AI+블로그 자동화' '과거 재미를 보았던 온라인 부업' 등

실제 제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이야기들이 각 주제에 맞는 매거진으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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