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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김 경사보다, 시후 엄마

by 김혜민

경찰서에서 급하게 찾아 출근과 동시에 서둘러 가방을 챙겨 달려갔다. 헐레벌떡 정문을 지나 건물로 진입하려던 차 입구에서 아는 직원분을 만났다. 간단한 안부에서 시작한 인사는 업무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그렇게 일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 직원분은 생각지 못한 질문을 하셨다.


“오늘 아침 라디오 들었어요?”


오늘 만난 직원분은 나의 사정을 모르는 분이시다. 그런데 갑자기 라디오를 묻기에, 난 귀를 쫑긋 세우고 되물었다.


“라디오요? 뭐 있나요?”

“누군지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노원경찰서 직원이, MBC 라디오 녹음했더라고. 발달장애 인식개선 관련 캠페인인데 내용이 좋아. 아침에 한 번 들어봐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접니다. 녹음한 사람.”

안 그래도 큰 눈을 가진 직원분은 더 크게 눈을 뜨며 깜짝 놀라며 물었다.


“혜민 씨였어?”


그렇게 경찰서 정문에서, 지금 시후와의 일상을 건넸다. 눈가가 붉어진 그 직원분은 내 손을 꼭 잡으며, 고생했다고, 손등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나를 응원했다.






출판사와 계약서를 쓰기 전, 공무원이기에 반드시 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겸직 허가’ 신청.


생각보다 까다로운 절차는 꽤 오랜 시간 마음을 졸이게 하였고 덕분에 출판사와 계약도 한 아름 미뤄졌던 비하인드가 있다. 겸직 허가가 받아들여지면 그래도 수월할 거로 생각했던 일련의 과정은 나의 오산. 책이 출간되고 이어진 언론사 인터뷰나 외부 일정은 회사에서는 생각보다 깐깐하게 검토되었다. 충분히 이해되었다.


당시 조기 대선과 맞물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도 해석에 따라, 다르게 의미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찰나, 도착한 것은 MBC 라디오 잠깐만 캠페인 출연 요청이었다.


공문을 받아, 대장님께 먼저 드리며 설명하였다. 문서를 훑어보시고 나를 바라보던 대장님이 쓱 웃으시며 말하셨다.


“좋은 일인데 뭘 망설입니까.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그렇게 시원한 결재를 받고 해당 부서로 넘어가, 최종결재권자인 서장님까지 보고되었다. 지금도 그날의 애타던 기다림이 가슴 언저리 진동으로 남아있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감추려 노력했으나, 모든 신경은 전화에 쏠려있었던 것은 비밀.


그리고 전화가 울렸다. 홍보담당자의 전화였다.

받자마자, 물었다.


“해도 됩니까?”

“네. 서장님 승인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출간 후 제안된 인터뷰나 강의에 대해, 회사로부터 허락을 득할때 이따금 가슴 졸였다. 그러나 MBC 출연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서장님은 가끔 나에게, ‘김 경사’라는 호칭보다 ‘시후 엄마’라고 부르신다. 호칭하나에, 묘한 자신감이 생겨 언론사 인터뷰나 강의를 나가 풀어내는 이야기에도 힘이 생긴다.


‘시후 엄마’의 이야기는 ‘김 경사’로서 지역사회 안에서 발달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제안한다.


나는 김 경사보다 제복을 입은 ‘시후 엄마’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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