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 지면에 닿는 일

언론사 인터뷰

by 김혜민

딩동.


'안녕하세요. 서울신문 감 기자입니다. 경사님 이야기를 신문에 담고 싶은데 통화 가능할까요'


서울지방경찰청 출입 기자인 김기자는 발달장애인 업무 매뉴얼 제작과 책 출간 소식을 풍문으로 듣고 수소문했다고 했다. 그렇게 4월 어느 주말, 집 근처 골목 카페에서 우린 만났다. 김 기자는 편히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묘한 즐거움과 긴장감이 감돌았고 그렇게 마주 보고 앉아 나눈 이야기는 ‘서울신문’ 지면을 채웠다.



그 후 차례로 맞이한 인터뷰는 여유와 부드러움을 겸하며 제법 즐기는 감사함을 경험했다. 가장 최근이었던 MBN 인터뷰는 지구대장님의 배려로 사무실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고 그 끝에 최 기자는 내게 물었다.


“김 경사님은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나 기타 매체에서 들어오는 제안을 거부하지 않고 수락하시는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윤, 책을 쓴 계기와 같아요.

저의 일상 더불어 우리 가족의 이야기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유연해질 수 있다면 앞으로도 저는 지속할 겁니다.”


기사 일부 게시합니다




기사가 지면과 인터넷으로 나간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출근했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 업무 메신저에 로그인했을 때, 쭈르륵 차오른 쪽지에 근무복을 갈아입기도 전에 깜박이는 쪽지부터 열었다.


강원도 인천,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일하시는 동료와 선배 경찰의 쪽지였다.


그들의 메시지에는 각자의 사연이 섞여 있었지만, 그 사연 끝에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저도 아픈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습니다. 좋은 책, 출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 갑자기 찾아온 겨울에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매서운 바람이 심장을 날카롭게 스치는 순간,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방긋 웃는 아이의 맑음이었다.

앙상한 가지 끝에 작은 꽃망울이 맺히듯 우직한 걸음을 통해, 우린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둠을 지나온 우리의 길을 통해, 오늘도 어딘가에서 아이의 속도로 걷는 이에게 힘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우린 더 행복할 겁니다.


제목(사진) : pixabay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