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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는 말합니다

by 김혜민

딱딱한 나무 책상 밑으로 손을 옮겨 분주하다. 엄지손가락 끝을 꾹 눌러봐도, 두 손을 모아 깍지를 껴도 변함이 없다. 시선을 앞에 놓인 노트에 두며 칠판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 당장 선생님 눈에 띄지 않는 최선이라 생각한 그때, 나의 전략은 어긋났다.


“혜민아, 나와서 설명해 볼까?”


그때부터였다. 가슴 떨림이 전신을 장악하고 불규칙한 음성에 머리마저 하얗게 변해버렸다. 어릴 적 친구들 앞에 서서 말하는 일, 내겐 두려움이었다.




책 출간을 앞둔 2월 말 도봉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작년 해당 기관에서 주관하는 ‘발달장애 영유아 인식개선 캠페인’에 참여했기에 관련 문의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으나 다른 제안을 받았다.


‘발달 지연, 발달장애 영유아 보호자 대상 북토크’

제안을 전달받고 손에서 핸드폰을 꽤 오랫동안 놓지 못했다. 마치, 꿈만 같았으니깐.


그렇게 시간이 흘러, 봄비가 흩날리던 날 약속한 장소로 달려갔다. 주차 이슈로 딱 시간을 맞춰 헐레벌떡 도착한 장소에는 예상과 달리 많은 분이 오셔서 먹먹함을 안고 앞에 섰다.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그동안 시후와의 일상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하나씩 꺼내놓았다.

여전히, 쓰는 일과 말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시간의 기록




물론,

써 내려가는 것만큼 말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히 시간을 쪼개 이른 새벽

글을 쓰고 강의를 준비한다.


이유인즉슨,
더 깊이 들여다보고 더 오래 가슴에 담아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


제한된 낱장의 글의 이면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진 어느 날,


두려워 책상밑에 숨었던 일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처음 글을 쓸 적 가슴속에 머무른 글이,

거스르지 않고 나오는 나열이 참 좋았습니다.


그 후 제 이름이 적힌 책을 내고자 이곳저곳 문을 두드릴 땐, 이미 책을 낸 작가가 참 부러웠죠.

그러던 어느 날, 제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마냥 좋았죠. 자랑하고 싶어, 교보문고에 굳이 달려가 매대에 깔린 제 책을 들고 서점MD에게

“제가 이 책 쓴 작가에요.”

라고 너스레도 떨었습니다.

이윽고 제 이야길 맘껏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독자를 가까이서 만나고 그들의 이야길 들을 수 있게 되었죠.


이게요, 참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강의 전에는 준비하느라 콩닥콩닥거리더니, 강의가 끝나면 파장이 더 커져 쉽게 잠들지 못해요.


불과 몇 달 전에 기성작가가 별이었습니다. 감히 다가가기 눈이 부셔 눈을 질끈 감은 순간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요. 저의 짙은 이야기를 눈으로 읽고 마음에 담아주신 분들의 눈빛에, 설렘이 쉬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덕분에 별들 사이에, 제가 서 있습니다.

제게 주신 하나하나의 메시지를 가슴속 깊이 차곡차곡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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