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겨울 무언가 적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브런치에서 시작했다. 그런 나날 중 하루, 쓴다고 무엇이 바뀌겠냐며 불쑥 찾아온 허탈함에 노트북 앞에 앉길 거부한 적도 있다. 회의감이 드는 어느 날 기다렸다는 듯 브런치란 공간에 함께 글을 쓰는 누군가가 와서 남기고 간 하트와 댓글에 에너지를 얻곤 했다.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
라는 말, 내겐 진심이었다.
유독 바빴던 2025년 10월 18일.
주말임에도 이른 시간 단잠을 깨워 신체 감각을 깨우는데 정신이 없다. 가라앉은 목 컨디션에서부터 가시질 않는 일주일의 피로를 얼굴에서 밀어내느라 분주했다. 그렇게 서둘러 유튜브 촬영을 마치고 바로 와우북도서전 행사를 거쳐, 서촌으로 넘어갔다.
경복궁역 3번 출구를 나오며 익숙한 내음과 풍경에 코로 충분히 끌어올린 숨을 가슴 가득 채웠다. 그렇게 걷고 걸어 청와대 사랑채 앞에 도착했다.
책의 시작점이었던 이곳은 7년 전과는 달리 관광객으로 활력이 넘쳐 보였다. 그래서 2018년도 집회 현장의 아픔을 순간 잊었다. 그러나 익숙함 때문이었을까, 지난날 집회참여자인 장애 부모의 서슬 푸른 얼굴이 떠오르며 이내, 한편이 먹먹해졌다.
2018년 청와대 사랑채 앞 채증 카메라를 들어 장애 가족을 찍던 날,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나의 무능함에 부끄러웠다. 그렇게 그날의 시림을 프롤로그로 풀어나가기 시작했었다.
사랑채를 넘어, 걷다 보니 어느새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장에 도착했다. 걸어오며 느낀 감정을 추스르고 안내에 따라 전시장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층 한편에 서 있는 나의 책을 만났다.
책 앞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 적는 이를 뒤에서 지켜보다, 나도 따라 한 장 가져와 적기로 마음먹었다. 다양한 주제 중 고른 것은, ‘도전’
안녕하세요.
‘시후 엄마, 김혜민 경찰입니다’ 저자 김혜민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유연한 시선을 부탁드리려 시작한 글 쓰기가 책으로 만들어지고 천천히 주변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라는 브런치처럼.
지금처럼,
앞으로도,
사회의 유연한 시선을 위해 지속하겠습니다.
저희 가족의 일상 공유로 유연함에 보탬이 되고자 시작한 일이
모두가 만끽하는 안전하고 편안한 하루를,
장애를 갖은 이들 또한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전지 걷고 있습니다.
과연 될까 물음표로 시작한 글쓰기는
될 수 있겠다, 될 수 있게 더 써 내려가야겠다는 느낌표로 이번 연재를 마칩니다.
저는 글의 힘을 믿으니깐요.
이번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너무 축하드리고 제 책 전시해 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