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와 첫 번째 주절주절
나는 어느새 6년 차 프리랜서다. 직업은 보통 사진작가라고 소개하지만, 사진은 거의 여행 가서만 찍는다. 그럼 ‘여행 사진작가’라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직업이라는 것은 돈을 버는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 여행의 대부분은 내돈내산이다. 돈을 버는 일은 간혹 인스타그램이나, 스냅 촬영, 외부 촬영, 강의 등 다른 곳에서 야금야금 모은다. 실은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을 더 많이 한다. 현재는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를 적고 있다. 그냥 설명하기 어려워서 프리랜서입니다. 라고 말해버린다.
30대 초반에는 회사원이자 실연인이고 퇴사인 이었다.
30대 중반에는 일을 많이 했고 다양한 취미에 몰두했다.
30대 후반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량이고 대체로 유연해졌다.
처음이 주는 무게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쩐지 이 글을 적으려면 정확한 방향성을 정하고,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겠다. 라고 멋진 카테고리를 내밀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적고 싶은 글은 아무 말 대잔치에 가까운 것들. 어정쩡하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지금 쓰고 싶은 이야기를 적는 곳’ 정도가 되겠다.
내가 하는 활동의 대부분은 카테고리가 명확하다. 인스타그램에는 여행하며 찍은 풍경 사진만 올라온다. 누가 꼭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은 아니지만 내 일상의 순간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결국 계정 하나를 더 만들었다. (취미가 많아 3개까지 운영한 적도 있다.) 블로그도 주로 여행 일기를 게시했는데, 몇 해 전부터 일상 일기나 개인적인 상업 활동에 관한 안내글이 올라간다. 이런 글을 내 이웃들은 원하지 않을 텐데. 하는 걱정에 -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혼자 - 눈치를 본다. 이후에는 뭔가 더 자유로운 틀에서 활동하는 영역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냥 나라는 사람의 관찰 영상 일기를 만들어보자! 가 첫 목표였으나, 그 당시 나는 여행을 너무 자주 가는 사람이었고. 아주 원하지는 않았지만, 여행 브이로그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것들을 만들었다. 게다가 유튜브에서 살아남는 법은 ‘꾸준함’이라고들 하는데, 이 번거로운 작업을 주 1회씩 꾸준히 하는 것에서 결국 두 손 다 들고 실패했다.
원하는 것은 아무 말과 아무 행동이나 아무 사진이나 아무 생각을 아무렇게나 풀어놓는 곳이다. 나는 브런치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여행 에피소드를 말하다, 다음번엔 어제 오후의 일을 적기도 하고. 그다음에는 갑자기 한 15년 전 알았던 사람의 이야기. 얼마 전 만든 파스타의 레시피. ‘아무 말 대잔치’ 라는 허울 좋은 틀 속에서 이렇게 그냥 떠들어도 괜찮은 걸까. 이 정답은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첫 글은 아무래도 이런 게 어울릴 것 같아서 주절주절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