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2025년, 안녕하셨습니까

보내는 마음과 맞이하는 다짐 사이에서

by 아무나작가 이율희

한 해의 끝에서, 삶의 끝을 잠깐 상상해 봤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올해, 잘 살았나?”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질문.

“내년에는 더 잘 살 수 있을까?”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조용히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있었다.

소중한 동료의 강아지가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났고,

나는 남편과 우리 강아지 ‘두아’와 여행 중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마음 한 켠이 묘하게 쓸쓸해졌다.


그래서 생각이 거기까지 흘렀다.

매년 “올해와 내년”을 이야기하지만,

언젠가는 ‘다음 해’가 아예 오지 않는

바로 그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누구에게나 끝이 있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애써 멀리 두고 살아간다.


왜냐면, 지금 이 버스를 놓쳐도

“다음 버스”가 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번 주가 지나도, 다음 주가 있고

올해가 지나도, 다음 해가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어느 순간엔, 그 “다음”이 아예 오지 않는다는 것.


그런 생각을 해서일까.

지금 이 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2025년은, 내 인생의 ‘전환기’였다

2024년 여름, 만 서른다섯에 직장인 은퇴를 했다.

그리고 2025년은,

처음으로 온전히 ‘나’로 살아본 한 해였다.


‘반 백수 + 반 프리랜서’로 살아낸 한 해.

구체적으로는 이랬다.

결혼을 했고

신혼집으로 이사를 갔고

아프리카, 몽골, 일본을 여행했고

강아지 ‘두아’와의 시간도 더 많아졌다


그리고 일적으로는,

세 번의 기업 강연

트레바리 LIVE 클럽장

다섯 개 스타트업 멘토링

‘빙구아내’를 포함한 인스타 계정 3개

몇몇 브랜드의 협찬 제안까지


처음에는 ‘뭐 제대로 한 게 없네’ 싶었는데

적어놓고 보니, 꽤나 충실하게 살았다.


2026년, 인생 2막의 오프닝

2026년은 구체적인 도전이 시작되는 해다.

마음만 굴렀던 아이디어를

진짜 ‘사업’으로 만들어보는 한 해.

5개월짜리 사업개발 부트캠프에서

MVP를 구체화하고

실행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새로운 생명.


임신을 시도하는 해다.

노산이고, 두렵고, 조심스럽다.

아이를 갖게 될 수 있을까?

건강히 낳을 수 있을까?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내가 너무 사랑하고, 너무 존경하는

남편과 함께 만든 생명이라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한 뼘 더 따뜻해질 거라는 것.


그래서, 나는 잘 살았을까?

최선을 다한 날도 있었고,

그냥 흘려보낸 날도 많았다.


열심히 살았던 날의 나는

“아, 잘 살았다.”며 뿌듯해했고,

대충 살아낸 날의 나는

“굳이 그렇게 아등바등해야 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무엇을 했든 아쉬움은 남았을 테고,

무엇을 하지 않았던 날도 그 나름 괜찮았을 거다.


어찌 되었건, 모두 다 지나간 하루들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다.


그러니, 마무리는 잘하고 싶다.

아쉬움도, 후회도 있었지만

결국 ‘살아낸 날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으니까.


2025년, 안녕히 계세요.

“나는 나름 잘 살았습니다.”


2026년, 잘 부탁드립니다.

”조금 더 단단하게, 더 따뜻하게 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