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마음과 맞이하는 다짐 사이에서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올해, 잘 살았나?”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질문.
“내년에는 더 잘 살 수 있을까?”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조용히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있었다.
소중한 동료의 강아지가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났고,
나는 남편과 우리 강아지 ‘두아’와 여행 중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마음 한 켠이 묘하게 쓸쓸해졌다.
그래서 생각이 거기까지 흘렀다.
매년 “올해와 내년”을 이야기하지만,
언젠가는 ‘다음 해’가 아예 오지 않는
바로 그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애써 멀리 두고 살아간다.
왜냐면, 지금 이 버스를 놓쳐도
“다음 버스”가 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번 주가 지나도, 다음 주가 있고
올해가 지나도, 다음 해가 있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어느 순간엔, 그 “다음”이 아예 오지 않는다는 것.
그런 생각을 해서일까.
지금 이 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2024년 여름, 만 서른다섯에 직장인 은퇴를 했다.
그리고 2025년은,
처음으로 온전히 ‘나’로 살아본 한 해였다.
‘반 백수 + 반 프리랜서’로 살아낸 한 해.
구체적으로는 이랬다.
결혼을 했고
신혼집으로 이사를 갔고
아프리카, 몽골, 일본을 여행했고
강아지 ‘두아’와의 시간도 더 많아졌다
그리고 일적으로는,
세 번의 기업 강연
트레바리 LIVE 클럽장
다섯 개 스타트업 멘토링
‘빙구아내’를 포함한 인스타 계정 3개
몇몇 브랜드의 협찬 제안까지
처음에는 ‘뭐 제대로 한 게 없네’ 싶었는데
적어놓고 보니, 꽤나 충실하게 살았다.
2026년은 구체적인 도전이 시작되는 해다.
마음만 굴렀던 아이디어를
진짜 ‘사업’으로 만들어보는 한 해.
5개월짜리 사업개발 부트캠프에서
MVP를 구체화하고
실행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새로운 생명.
임신을 시도하는 해다.
노산이고, 두렵고, 조심스럽다.
아이를 갖게 될 수 있을까?
건강히 낳을 수 있을까?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내가 너무 사랑하고, 너무 존경하는
남편과 함께 만든 생명이라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한 뼘 더 따뜻해질 거라는 것.
최선을 다한 날도 있었고,
그냥 흘려보낸 날도 많았다.
열심히 살았던 날의 나는
“아, 잘 살았다.”며 뿌듯해했고,
대충 살아낸 날의 나는
“굳이 그렇게 아등바등해야 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무엇을 했든 아쉬움은 남았을 테고,
무엇을 하지 않았던 날도 그 나름 괜찮았을 거다.
어찌 되었건, 모두 다 지나간 하루들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다.
그러니, 마무리는 잘하고 싶다.
아쉬움도, 후회도 있었지만
결국 ‘살아낸 날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으니까.
2025년, 안녕히 계세요.
“나는 나름 잘 살았습니다.”
2026년, 잘 부탁드립니다.
”조금 더 단단하게, 더 따뜻하게 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