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하성그룹 옥상
나는 생각할 게 많아 옥상으로 올라왔다.
나에게 과거 하성그룹의 비자금 파일을 보낸 사람이 누구일까?
첫 번째, 윤태국 / 윤태국은 과거 같은 세대에 사업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버지의 비자금파일을 손에 넣을 만한 루트가 없다.
두 번째, 장인수 / 장인수도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인수하려 했던 회사를 키우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고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하는 성격이다.
마지막 세 번째, 최영국 / 최영국은 아버지의 과거 동업자였다. 비자금파일을 손에 넣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인물이고 현재 최대 경쟁사다.
나는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1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난 눈이 번쩍 뜨였고 빠르게 사무실로 내려갔다.
## 사무실
나는 사무실로 들어와 정 비서를 불렀다.
“정비서, 최영국 회장과 내일 오전에 약속 잡아주세요. 제가 직접 간다고 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
나는 곧장 내 작업실로 향했다.
## 하린의 작업실
나는 R&D팀과 함께 ‘바이오 피드백 주얼리‘ 시제품 준비 중이었던 블랙다이아 링을 꺼냈다. 아직 시중에 발표도 안 된 제품이다. 이 기술은 착용자의 체온, 맥박, 스트레스 수치를 감지해 LED 빛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반지 내부에는 초소형 배터리 칩과 전극 두 개가 내장되어 있다. 반지의 원래 용도는
‘손끝에서 감정의 온도를 느끼는 감성 웨어러블’
나는 이 회로의 일부를 조작해 강한 전류가 흐르게 개조했다. 쉽게 말해 심장박동 감지용 전극을 역으로 이용해 전기 자극을 가하는 장치로 바꿨다.
## 현재시간 08:40
‘~~ 전화 벨소리~~’
“여보세요.”
“본부장님, 사무실에 안 오셔서 전화드렸습니다. 최영국 회장과는 오전 10시에 약속 잡아뒀습니다.”
“알겠어요. 오늘은 먼저 퇴근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비서가 먼저 퇴근하고 나는 남은 작업을 마무리했다.
내가 만든 시제품을 이렇게 써버리는 게 조금 아깝긴 하지만 괜찮다. 시제품은 또 만들면 되니까..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 다음날 아침 내방
나는 어제저녁에 골라 놓았던 새하얀 화이트 정장을 입었다. 구두는 블랙, 귀걸이는 붉은 루비로 나의 걸작 중 하나다. 다들 갖고 싶어 하는 주얼리 중 하나이다.
## 현재시간 08:50
나는 정비서와 함께 라비앙으로 향했다.
## 라비앙그룹 로비
일층에 있는 모든 직원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고 그들을 지나쳐 데스크로 갔다.
“최영국 회장과 10시 약속 잡고 왔습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지배인이 직접 나와 정비서를 전용 엘리베이터로 안내했고 회장실로 안내했다.
## 최영국 회장실 앞
‘똑똑—“
“들어오세요”
”들어가시면 됩니다. “
지배인은 회장실 문을 열어 줬다.
”정 비서는 밖에서 잠시 대기하세요. “
”네 알겠습니다. “
## 최영국 회장실 안
”안녕하셨죠? 인사 한번 제대로 못 드렸던 것 같아서 인사 한번 드리러 왔어요. “
”그래 아버지는 괜찮으시고?”
“네 덕분에요. 제가 돌려 말하는 걸 잘 못해서요. USB랑 서류는 잘 받았습니다.”
최영국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왜 나라고 생각한 거냐?”
“회장님 밖에 없던데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래서 말인데요. 왜 저한테 보내셨어요? 그게 너무 궁금해서 잠도 안 오더라고요. “
”하린이 너랑 얘기해야 말이 통할 것 같아서 말이다. 형님은 내가 알지 말이 안 통한다는 거 그래서 너한테 보냈다. “
”그래서 원하시는 게 뭔데요? “
”하린이 네가 직접 론칭한 ‘에끌라 하’를 한국에서 우리 라비앙그룹에 단독으로만 입점시키고 시제품개발에 라비앙도 참여할 것 그리고 마지막은 하린이 너의 주식의 5%를 나에게 양도할 것 이 정도면 괜찮은 조건 같은데? “
라고 말하며 최영국은 금색 지포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였다.
‘띵—‘
나는 생각하는 척하며 알았다고 말했고 준비해 간 반지를 꺼냈다.
“이건 제 선물이에요. 이번 시제품으로 론칭하려 했는데 최 회장님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최 회장은 기분이 좋은 듯 반지를 받아 들었다.
”아니 뭐 이런 것까지 준비했어! ”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일이 바빠서요.”
“어 그래그래 얼른 가봐야지.”
“입점 계약서, 주식양도 계약서 그리고 R&D팀 합류공문도 하나 보내드릴게요. 계약서 사인 전까지는 외부에 알리지 마시고요. “
“그래 알았다.”
“아.. 그리고 서류랑 USB내용은 저 말고 아는 사람 있나요?”
“너랑 나 둘 뿐이다. 서류랑 USB도 너한테 보낸 게 원본이야.”
“네 알겠어요.”
나는 조금 뜸을 들인 뒤 말했다.
“….. 몸조심하세요. “
말한 뒤 나는 회장실을 나왔고 곧바로 회사로 들어갔다.
## 사무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비서가 놀란 토끼눈을 하고 들어왔다.
“본부장님.. 뉴스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라면 뉴스를 틀었고 뉴스에서는 최영국 회장의 사망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국내 대기업 라비앙그룹의 최영국 회장이 오늘 오후 15시, 본사 회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되며, 평소 고혈압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하준을 밀었을 때 그 감정이나 쾌감도 좋았지만 이렇게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역시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 느낌 계속 느끼고 싶어..! 살아 숨 쉬는 느낌..!
아마.. 증거는 못 찾을 거다. 사망 후 반지를 수거한다 해도 내부회로는 미세하고 과열되며 자동으로 퓨즈처럼 타버린다. 그 어디에도 그 반지가 심장마비를 일으킬 만큼에 강한 전기자극을 주는 장치라고는 생각 못 할 거다. 내가 하는 일에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다. 지금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징—— 징——’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 근데.. 갑자기 피곤하지..?
나는 머리를 한번 쓸어 넘겼다.
“하..하하하하핳ㅎ하핳ㅎ핳핳!!!”
정비서는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본부장님.. 괜..찮으세요? 전화도 계속 오시는데요”
“본..부장..^^ 네 괜찮아요. 너무 재미있는 일이 생각나서요.”
“아… 네..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정비서는 나갔다.
“아..진짜 드디어 나왔네.”
목소리로만 들리던 다른 인격의 하진이 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고 그 짧은 순간이 기억에서 없다. 나는 정비서를 불렀다.
“정비서!”
‘똑똑—‘
”네 본부장님”
“분명 뉴스 보면서 같이 있던 거 같은데..”
“아.. 갑자기 웃으시면서 너무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웃으시는 거 처음.. 봤습니다. 그러고 저는 바로 나왔습니다.”
‘뭐지?’
왜 그 짧은 시간이 기억이 나질 않지..?
조금 찜찜했지만 괜찮다. 나는 노트북을 열어 좀 전에 들었던 뉴스를 검색했다. 최영국 회장 사망기사가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최영국 회장 지병으로 인한 심정지‘
’ 회장최영국 심정지로 사망’
‘최영국 지병으로 인한 심정지‘
같은 타이틀의 기사 중 하나를 눌러 들어갔다.
## 기사내용
‘오늘 오후 15시경 최영국 회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인데요. 고인은 평소에 혈압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인을 처음발견한 최 회장의 비서의 말로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고 특별한 일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오전에 손님 만나고 12시쯤 최 회장의 하루 일정도 알려줬다고 증언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나는 서류와 USB를 금고에 넣어두고 일어나 넓고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전경을 바라봤다. 오늘 있었던 최 회장과의 나 사이에 연관 지을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다. 알리바이가 너무 완벽하다.
나는 오늘로써 두 번째 살인을 했다.
## 다음날 아침 08:15 내방
나는 출근 준비를 마치고 정비서와 차에 올라탔다. 아침부터 정비서는 여지없이 하루일과를 이야기했고 나는 미간을 찌푸리면 눈을 감았다. 이야기를 마침 정지서에게 태블릿을 달라고 했다.
“태블릿 좀 줄래요?”
“네 여기 있습니다.”
나는 곧바로 최영국 회장의 기사를 찾아봤다.
## 기사내용
’ 어제 오후 오후 15시경 최영국 회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졌었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는데요. 고인은 평소에 혈압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급성심근경색으로 밝혀졌습니다. 평소에도 술과 담배를 즐겼다고 합니다. 발견 당시에도 최영국 회장의 회장실에는 담배꽁초와 양주병이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음주와 흡연이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다들 건강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최영국은 평소에도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리하기가 좀 더 쉬웠던 거 아닐까?
## 회사로비
‘본부장님과 따로 약속을 잡고 오시지 않으면 만나실 수 없습니다! 돌아가주세요.!‘
로비 데스크에선 작은 소란이 있다. 나는 데스크를 쳐다봤고 그곳엔 정민재가 있었다. 정민재는 뒤돌아 나를 봤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에게로 곧장 달려왔다.
“하린 씨!!!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나는 정민재를 쳐다보지도 않고 걸어가며 말했다.
“여전히 무례하시네요?”
“전화도 안되고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요. 잠시 시간 좀 내주시죠.”
“변호사와 연락하시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최영국 회장과 관련된 일입니다. 여기서 할까요? “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획 돌아보며 말했다.
“올라오시죠.”
## 사무실
나는 화가 난 상태였고 의자를 가리키면 말했다.
“앉으세요.”
정민재는 앉았고 이내 말했다.
“최영국 회장 비서분께서 최영국 회장이 사망하기 전 하린 씨와 만났다고 하던데 무슨 일로 만나신 거죠? “
”제가 개인적인 일로 만난 것까지 말씀드려야 하나요? “
”조사가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서 그렇습니다. “
”무슨 조사가 더 필요한가요? 급성심근경색이라고 기사 났던데요? “
”저는 하준사건과 최영국 회장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닌가요? “
나는 살짝 흠칫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근데 그걸 왜 저한테 와서 물어보시는 거죠? “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항상 하린 씨가 계셨으니까요. “
”그게 문제가 되나요? “
”그건 아니지만 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헤어지기 전 나눈 대화라든지 사소한 거라도 알고 싶어서요. “
“제가 일이 좀 많은데 그만 가주세요. 그리고 변호사 통해서 연락하세요. 다음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
”그래도..…“
”정 비서!! “
”네..! 본부장님! “
”형사님 가신다고 하시네요. 안내해 드리세요. “
”네 알겠습니다. “
정민재는 물어볼 게 많았는지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갔다. 나는 기분이 많이 언짢았고 나의 언짢음은 또 다른 나에게 전달됐다.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려고 눈을 감았다.
한참이 지나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일어났다.
“한번 나오기 힘드네;; 팬은 여기 있고 종이가.. 여기 있네”
나는 내가 누군지 왜 나타났는지 A4용지에 적어 내려갔다.
‘안녕 하린? 어제는 너무 짧았어 그래서 내가 누군지 알려주려고 내가 또 언제 나올지 몰라서 나는 너의 내면이 만든 너의 또 다른 너 하진이야 우리가 이야기할 때는 이렇게 종이에 적어두는 거야 물어볼 거 궁금한 거 ok? 앞으로는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 나.. 너무 신나 너는 진짜 똑똑하고 대단해 앞으로 잘 부탁해 너와 한 몸인 하진이가-‘
나는 또 눈이 번쩍 뜨였다. 도대체 뭐가 뭔지를 모르겠다. 내 책상 위에는 A4용지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나는 급한 듯 빠르게 적은 글을 읽었다.
”하진이라고? 나의 또 다른 나..? “
그럼 어제도 기억에 없던 그 짧은 시간에 네가 나온 거였어? 그 처음에 환청도 꿈에서도? 왜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나온 거지? 나는 하루 종일 생각했다.
왜 네가 생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