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시차적응(jet lag) 생활

시차적응의 꿀팁-타지키스탄 여행기 에필로그

by 보니


chat GPT에게 시차적응 꿀팁을 물어보니 7가지 팁을 알려줬다. 내가 반말로 물어보니 반말로 대답해 준다.


'좋아, 시차적응(=jet lag) 꿀팁 깔끔하게 정리해 줄게:

1. 여행 전부터 슬슬 시간 조정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도착지 시간에 맞춰 조금씩 일찍 자거나 늦게 자.

2. 비행기 안에서 도착지 시간에 맞춰 행동

비행기 안에서는 도착지 시간 기준으로 밥 먹고 자려고 해.

3. 햇빛 최대한 쬐기

낮에 밖에 나가서 햇빛을 받으면 몸이 “지금은 낮이다”라고 인식하면서 빠르게 리셋돼.

4. 커피, 술 줄이기

카페인이나 알코올은 수면 리듬을 더 망가뜨릴 수 있어.

5. 가벼운 운동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산책만 해도 몸이 빨리 새 리듬에 적응해.

6. 낮잠은 짧게

졸리더라도 낮잠은 20~30분 이내로. 너무 오래 자면 밤에 못 자.

7. 수분 충분히 섭취

비행기 안에서는 엄청 건조하니까 물 자주 마셔줘.'



밤새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트랜스퍼할 때 호텔에서 쉬어가기도 해서 많이 피곤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시차도 4시간 정도라 6시간 이상 차이나는 곳으로 여행한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적응할 것 같다.

오전 11시 반쯤 집에 도착했다. 이것저것을 정리하고 나니 오후 2시가 넘었다. 가만히 앉아 모니터를 보니 자꾸 눈꺼풀이 감긴다. 일어나서 움직여야 한다. 한밤중에 깨어서 꼴딱 밤을 새우고 싶지는 않다.


챗지피티에서 7가지 꿀팁을 정리해 알려준 것 중 한 가지 정도만 몰랐던 내용이다.

거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잘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뿐인데도 신기하게 그걸 따라 하려고 한다. 챗지피티가 뭔데 내가 이리도 잘 순종하는 건지 참나~


낮에는 밖에 나가서 햇빛을 쬐라는 말을 듣고 나가려고 몸에 시동을 걸었다. '그래! 집안에 있지 말고 나가서 햇빛을 쬐자.'라고 생각하고는 분리수거 쓰레기를 싸들고 달랑달랑 나갔다. 어라! 엘리베이터가 일을 안 한다! '아! 맞다. 아까 잠깐 정지된다고 방송했었지….' 난 왜 하필 이 시간에 들고나가려고 했을까? 혼자서 어이없어 씁쓸하게 웃으며 쓰레기를 다시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시차적응을 거의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베테랑여행자는, 비행기를 타면 아무 음식도 먹지 않고 잔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수면유도제를 먹고 잠을 잔다고 했다. SNS에서는 배꼽시계를 내가 가야 할 곳으로 맞추는 것이 꿀팁이라고 했다.

배가 고픈데 어찌 먹지 않으랴, 잠이 오지 않는데 어찌 잠을 계속 청할까. 잠이 쏟아지는데 어찌 눈이 떠지겠는가. 보고 싶은 드라마 시리즈(카자흐스탄 국적기인 에어아스타나에서 '선재 업고 튀어' 풀 시리즈가 있었다.)가 비행기 모니터에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다 볼 수 있는데 어찌 그것을 놓치고 그냥 잘 것인가. 현실에는 챗지피티가 찾아준 정보대로 따라 할 수 없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차가 빠른 곳에서 시차가 느린 곳으로 가면 시착적응이 빠르고 수월하게 된다. 그 이유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여행지에서는 대부분 무리 없이 시차적응을 한다. 우리나라가 극동에 위치한 특권이다. 여행지에서의 긴장과 새로운 곳에서의 설렘도 시차적응에 한몫을 한다.


반대의 경우는 어떠한가? 실컷 늦게 까지 자고 일어났는데 또 자야 하는 상황이 된다. 시차 차이가 많이 나면 그야말로 눈을 떴는데도 꿈속 같다. 낮에는 잠이 오고 밤에는 말똥말똥한 상황이 된다. 그러다가, 날밤을 꼬박 새운다. 작년에 모로코(시차 8시간)에서 왔을 때는 시차적응이 엄청 힘들었다. 비행시간도 길었고, 몸살이 났는지 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예전 영국(시차 8시간)에 살 때 일 년에 한 번씩 잠깐 나오게 되면, 시차적응할 시간도 없이 활동을 해야 했기에 힘들었다. 비몽사몽 하며 젊음으로 버텼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꿀팁을 빠르게 검색해 주는 챗지피티도 없었으니 말이다.


일단 내 몸의 리듬을 한국시간에 맞추어야 한다. 잠이 쏟아지더라도 참는다. 일어나서 움직이고, 햇빛을 쬐고, 샤워를 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TV를 보든, 카톡을 하든, 전화를 하든, 무조건 밤에 잔다는 생각으로 버텨야 한다. 오후 7시쯤 되니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졸고 있다. 지금 자면 아니 되느니라! 정신을 차리거라! 움직이거라! 스스로에게 명령해 본다. 너무 일찍 자면 새벽에 일어나고 그러다 낮에 졸리고 그러다가 자버리고 밤에 뜬눈으로 지새운다. 졸릴 때 자리 잡고 누우면, 그날은 어쩔 수 없이 밤에 깨어 날 수밖에 없다. 어찌했던 잠을 버텨내야, 시차적응이 된다.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잠을 버티고 조정하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피곤한 것이 당연하다. 거기에 면역력까지 떨어지면 감기나 몸살등이 찾아오게 되어 시차적응은 더 힘들게 된다.

피곤하지 않게 여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여행에서는 틈틈이 스트레칭과 간단한 운동을 했다. 시차가 4시간 정도라 그런지 잠도 버틸만했다. 물론 트랜스퍼할 때 호텔에서 쉰 것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무엇보다 최근 4~5개월 동안 꾸준히 헬스를 한 것도 잠을 버티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꼽시계를 맞추기 위해 기내식을 받고는 디저트로 나온 초코바 하나만 먹었다. 아주 다행스러운 것은 기내식이 맛이 없었다는 것이다.



평소와 같은 수면습관으로 졸린 눈으로 보던 TV를 끈다. 11시 반쯤 끈 거 같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오전 7시 25분이다. 이렇게 나는 하루 만에 완벽하게 시차적응을 해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의욕이 생긴다. 여행의 성공은 시차적응이 아니겠는가?

다음 날, 점심을 먹고 잠이 왔지만, 졸릴 뿐 자지 않았다. 이렇게 수월하게 시차적응을 한 경우가 없어서 스스로도 의아하지만 기쁘다. 역시 체력은 모든 것을 수월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운동아 나를 떠나지 마라! 나는 너 옆에 붙어있을 거야.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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