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너에게 고백

by orosi

귀걸이,

오랜만이다.


[ 손절은 밀키트처럼 ]

11월 어느 날 별생각 없이 끼적인 글의 제목처럼.

1번으로 치는 친구와 마치 간편식 차려내듯 간단히 등을 졌다. 어떤 상처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건 나니까, 기다리는 것 밖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체력좋게 뭐든 조급해 애쓰던 30 대완 달라서인지,

병을 얻으려고 그랬던 건지.


가만히, 그리고 마냥 고요하게 시간을 내버려 뒀다.



그렇게

오늘 다시 만났다.

일주일 넘게 묘연했던 일. 선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고, 귀걸이까지 한 이유다. 누가 보면 다시 연애하나 싶게 밤새 조금 설레기까지 한 터라, 오랜만에 챙기는 두 아이의 식사도 대충 냉동 떡을 내어줬다.


작년이라면 아이들 재워두고 9시 출발,

범법자를 자처하며 서용인 ic를 통과함과 동시에 120킬로도 거뜬히 밟아가며, 30분 만에 아파트 앞에 닿아서는..


< 도착 5분 전>

톡을 보내두고 친구가 타기에 가장 편한 위치에 서서 비상깜빡이를 켜면 그만.

아무리 피곤하고, 아무리 바빠도 주기적 야행을 일삼던 사이다.

그렇게 자정이 넘어서 까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마음의 체력이 비축된 덕에

피로할 줄 몰랐던.. 넌 내겐 그런 존재였다.



어떤 이유로 지난 6개월을 그동안의 10여 년과 달리 지냈던 건지 서로 묻지 않았다. 어쩌면..

2%쯤? 낯설었을지 몰라도 우린 다시 차 한잔 놓아두고 나란히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이미 풍족했다.


헤어질 땐 늘 그렇듯 서로에게 아쉬움이

베도록 애쓰지 않는다. 그러고 나면 마치 너무 오래

텀을 두고 재회할 것 같아 싫어서다.



첫 아이를 품었던 해,

내 그늘에 그치지 않는 빛이 되어 준 사람에게

둥글다 못해 너무 무뎌져 잡지 못할 공처럼..

멀찍이 굴러가 기어코 사라지지 않도록..


이제 적당한 각을 두어야겠다.

그녀에게만은 약간의 예민함을, 적당한 감각을 깨워두고 살자.



몇 년 만에 낀 귀걸이도 아닌데,

오른쪽 귀에 피가 묻어 나온다.

엄지와 검지로 꾸욱 닦아 내느라 유심히 손가락을 들여다보다 말고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


모야~ 엄지, 지문이 예쁘네?


별 거 아니 것에 생각이 머무르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청승. 내 몸 구석구석에 느닷없이 애착이 생긴다. 새삼스럽다. 웃는다.


지평이 넓지 못한 일을 하고,

섬세한 기질도 타고나질 못한 나라... 생경하다.


미안하기보다는 고마움을 알아가는 나이.

무심하기보다는 눈길 한 번 더 주는 나이.


그런 나이가 된 거라면

환영한다.


오늘이 내게..

나이 들어 좋고,

다시 만나 좋은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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