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부터 시작!

by 라미

어릴 적, 내가 보던 엄마의 마흔은 ‘아줌마’ 그 자체였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눈가 주름, 그리고 언제나 손에 들려 있던 주방 장갑.

아빠는 더했다. 오동통하게 나온 배와 촌스러운 와이셔츠 차림이 40대의 완벽한 실루엣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길을 걷다 보면 마흔이라 해도 누가 믿을까 싶을 만큼 젊고 세련된 사람들이 넘쳐난다.

기능성 화장품은 기본이고, 영양제와 건강식품까지.

‘젊음 유지’는 이제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다.

“마음만 20대가 아니라, 생각과 행동도 20대처럼 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어떤가.

세상은 광속으로 달려가는데, 나는 여전히 과거 속에 멈춰 서 있는 기분이다.

아이들은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들어 내 품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알아서 할게요"

독립선언을 하는 아이들의 말 앞에서, 나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 채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문득 깨달았다.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나려고 하는 건,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그동안은 “아이들 챙기느라 바빠서 내 삶을 못 살았다”는 핑계가 있었다.

이제 그 핑계마저 사라지고 있다.

아이들이 나를 떠나는 동안, 나는 내 삶을 찾아야 한다.


답답한 마음에 우연히 ‘밀리의 서재’를 열었다.

‘마흔’을 검색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제목만 보고도 “이거다!” 싶었다.

그리고 하루 만에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어버렸다.


책은 내 마음을 그대로 대변했다.

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고 실패도 있었다.

반면 나는 그저 현실에 순응했을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덮으면서 스스로가 조금 초라하게 느껴졌다.

“책 한 권을 낸다는 건, 결국 이런 경험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까?” 하는 자격지심도 스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책을 통해 중요한 걸 깨닫고 있었다.

바로 나 자신을 알고 싶다면 결국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나는 늘 “내가 뭘 좋아하지? 뭘 잘하지?”라는 질문에 답을 못 하며 살아왔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져 초라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15년을 온전히 집 안에서 보냈다.

좋아하는 걸 찾을 겨를이 없었을 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거다.

그건 ‘안주’가 아니라 ‘버팀’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을 바꿔본다.

좋아하는 일이 꼭 원래부터 있었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건 ‘찾아가는 것’이고, 나도 지금부터 하나씩 찾아가면 된다.


방법은 단순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실천하는 것. 작가가 말한 ‘책쓰천’처럼.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도, 어쩌면 내 새로운 첫걸음일지 모른다.


마흔이 넘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남은 인생은 아직 반 이상 남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내 두 번째 인생의 첫 단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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