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기특하다
업무가 끝난 후, 친선대회를 일주일 앞둔 배드민턴을 다리가 후덜 거릴 만큼 했다.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고개가 아프고 땀이 살짝 나면서 깼다.
20여분을 차에 있었다. 우리 집 주차장이고 필로티라 땡볕이 아니긴 하지만 여름이니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가 소파에 앉아 강아지의 환대를 받다 그대로 다시 눈을 붙였다. 피로감이 몰려왔다. 산책은 글렀다.
아무래도 자고 일어나서 남은 하루를 제대로 보내야겠다 싶어서 씻었다. 잠이 그대로 달아났다.
밥 먹으며 드라마 한 편을 보고 간단한 집안일을 한 후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시험기간이라 스카에 있는 아들을 데리고 오니 10시도 훌쩍 넘겼다. 다시 하던 것을 마저 했다. 12시가 넘어가자 고개가 저절로 떨어진다.
아들이 엄마 나이면 시키는 사람도 없고 일도 아닌데 뭘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단다.
아들은 아직 모를 거다.
누구도 시키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일이 아닌 것을 하지 않으면 일만 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누구도 시키지 않고 돈도 되지 않는 것을 졸면서까지 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걸.
중간고사 시험기간인 아들에게 공부하란 얘기는 하지 않는다.
네 삶 두 배를 넘겨 살아도 여전히 배울 것이 많으니 천천히 지치지 말고 하고 싶은 만큼 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