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좀 멋지다
자가동력이란 표현을 굳이 프로젝트에서 처음 들었다.
인상 깊은 표현이었다.
그전까지 내재동기라고 표현했는데 뭔가 더 진취적이면서 활동성이 느껴지는 낱말이다.
중간고사를 치르는 중인 아들의 말에 저것이 자가동력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험이 시작되기 얼마 전,
"엄마, 나 친구들이랑 대구 갔다 와도 돼요?"
"대구는 왜?"
"대구 FC랑 바르샤(FC 바르셀로나의 약칭)랑 친선경기 있는데 친구가 티켓팅 성공했다고 같이 가겠냐고 물어봤어요."
"바르샤면 가서 봐야지. 티켓팅 성공하다니 대단하네."
"8월 4일 7시라 수업 끝나자마자 가야 할 거 같아요."
"8월 4일이면 너 방학 중이야. 그리고 대구는 꽤 멀어서 아침에 출발해야 해."
"티켓은 17만 원인데 그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주셨을 때 모아둔 걸로 쓸게요."
그렇다.
고2나 된 아들이지만 허당미가 있다.
티켓값도 자기가 낸다 하니 기특했다.
근데 당일치기가 안 될 텐데..
어쨌건 아직 확실한 건 없고 자기 의견 없이 친구들 의견을 따를 아들이란 걸 알기에 그냥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저녁에 내일 마지막 시험으로 수학시험을 앞둔 아들이 말을 꺼낸다.
"이번 수학시험 원하는 등급 안 나오면 축구 안 볼 거예요."
"그래? 티켓 취소가 돼?"
"아직 돈도 안 보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혹여나 시험도 못 봐서 속상한데 축구도 못 보면 더 슬프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진 않았다.
네가 그런 마음으로 하겠다면 응원해 줄게. 기특하네.
마음이 바뀌어 축구는 보고 싶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단 한 번도 아들의 시험결과로 협상을 하거나 뭘 해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
난 시험결과가 어떻든 보내줄 마음이다.
더 정확하게는 하겠다는 대로 할 마음이다.
보상을 걸어 외적동기를 일으키지 않아도 자가동력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아들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쁘게 축구까지 보고 오면 좋겠다.
오늘 아들이 좋아하는 리버풀팀의 공격수 조타 선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단다.
나를 보자마자 말하는 걸 보니 나름 충격이 컸나 보다.
다른 리그에서 뛰는 축구선수인 동생과 함께 사고 났다고 한다.
한창 꿈을 펼치는 아들 둘이 한 번에 세상을 떠나 크나큰 슬픔에 힘들어할 가족이 떠올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잊지 말아야 한다.
뭘 하든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