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데 나오지 않는다
변비라는 말 밖에 딱히 떠오르는 낱말이 없다.
최근 경험한 것도 있고 책을 읽어 넣은 것도 있다.
이리저리 며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고,
갑자기 막 새롭게 떠오른 것도 있다.
뒤죽박죽 엉켜서는 숙성이 되고 넘쳐 숙변이 되고 있다.
어느 작가가 그랬더라.
글이 생각 안 나면 첫 줄에 이렇게 써보라고 했다.
'쓸 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글쓴이에게 물어보듯 써야겠다.
왜 글 쓸 게 생각나지 않나요?
지금 머리가 복잡하기 때문이죠.
무슨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가요?
수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글이 있어요.
이미 한참 전부터 써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주제와 서두 초안까지 작성해 놓았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네요.
그 사이 다른 할 것들이 생기기도 하고 늘 하던 것도 꾸물거리며 하고 있어요.
주말에 시간도 있으니 어떻게든 쓰겠지 했는데 시간이 많다고 써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지금까지 보지도 않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고,
친정에 가서는 계획보다 훨씬 늦게까지 있다 왔어요.
갑자기 안 읽던 책도 꺼내 읽었어요.
물론 친정에 다녀온 일이나 책 읽은 걸 후회하진 않죠.
다만 일부러 시간을 더 쓰는 느낌을 받았어요.
답답한데 막상 시작은 못하는 기분이에요.
이런 게 게으른 완벽주의인가 싶기도 하고..
잘하고는 싶은데 잘하려니 엄두도 안 나고 계속 미루게 되는 거죠.
솔직히 그나마 시간이 있는 오늘은 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따라 비가 와서 아들이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라는 거 있죠.
그거면 다행이게요. 끝날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려는데 카톡이 오는 거예요.
'오래간만에 엄마랑 장보고 싶어요. 밖에서 입을 수 있는 옷 입고 강아지도 집에 두고 오세요.'
아들이 저녁으로 먹고 싶은 게 있다는 건데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게 장까지 보고 오니 10시가 다 되더라고요.
그 이후에 쓰면 되겠다 싶었는데 설거지는 하고 써야겠다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렇게 집안일 몇 개를 하니 11시 반이 된 거죠.
지금 쓰면 너무 늦게 잠들어 내일 출근에 지장을 주겠다 싶은 생각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거예요.
이틀 남은 걸로 보이지만 화요일엔 배드민턴을 치고 평소보다 늦어요. 게다가 운동 후라 금방 지치거든요.
그래도 좀 쓰다 자긴 해야 해요.
마감일인 수요일엔 진짜 못 쓰거든요.
1년 만에 잡은 예전 동료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요. 다 올 수 있는 날로 맞춘 데다 만나고 싶던 사람들이라 늦게까지 있다 올 거예요.
그럼 오늘 이럴 시간에 글을 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오늘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쓸까 했는데 벌써 11시 50분이네요. 7시간 정도 자는 데다 내일 비가 올 테니 일찍 서둘러 출발해야 해요. 빗길이라 제한속도도 80이고 가는 길 일부구간에서 공사를 해서 좀 돌아가야 하거든요.
이해가 될 것도 같지만.. 책임감이 없어 보이기도 하네요.
아니에요. 결국은 써서 낼 거예요.
근데 지금은 안 나와요.
글 변비에도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