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간을 바꿔보라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뀐다

by 고스란

새로운 공간은 모든 것을 바뀌게 한다. 늘 가던 곳 말고 새로운 카페를 가서, 새로운 메뉴를 마시고, 창밖을 보기도 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관찰도 하고, 생소한 음악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한다. 새벽 30분도 좋고, 밤 1시간도 좋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할 수 있게 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저자 킴 페리스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인생의 25퍼센트는 자신을 찾아내는 데 써라. 남은 75퍼센트는 자신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라.”

(중략)

공간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행동력 수업>, 오현호, Skymind, p.136-137






이하영 작가도 강조한다. 진짜 부자가 되려면 삼간, 즉 시간, 공간, 인간이 바뀌어야 한다고.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매일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며 인생을 바꾸길 바라는 건 기차를 탄 채로 방향을 틀겠다는 것과 같다. 큰 사고가 있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삶의 공간을 바꿨다. 도시나 국가를 옮긴 건 아니지만, 내가 살던 동네를 달리했다. 그게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나는 직장맘이자 집순이다.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집에 오면 웬만해선 밖에 나가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가던 밤산책도 사람 없는 시간만 골라 나갔다. 사람 많은 놀이터, 북적이는 주말 나들이는 애초에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한산한 동네로 이사하게 됐다.

주택이라 하루에 마주치는 사람도 드물고, 집 가까이에 학교가 있지만 퇴근 무렵엔 조용하다.

주말이면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하다.

온전한 쉼이라는 게 뭔지, 그제야 알게 됐다.


출퇴근 시간이 두 배로 늘었지만, 오히려 괜찮다.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걸 좋아하고, 바다와 태양을 함께 품은 다리를 건넌다.
아침엔 동쪽을 향해, 저녁엔 서쪽을 향해 태양을 따라 달린다. 낮게 뜬 해는 아침엔 나를 응원하고, 저녁엔 나를 위로한다.


늘 다른 하늘을 만나며 매일 다른 출근길을 만들어낸다. 지루할 틈이 없다.


집 앞에는 작은 소나무 공원이 있고, 몇 걸음만 나가면 넓은 공원이 펼쳐진다.
꽃과 나무가 계절을 따라 피고 지며 매일 새로워진다. 예전엔 농원에서 사던 꽃이 길가에 자연스럽게 피어 있고, 서해바다는 갯벌을 숨겼다 드러냈다 하며 스스로를 소개한다.


하늘도 다르다.
아파트 단지에선 볼 수 없던 탁 트인 하늘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색을 바꾼다.
옥상에 올라가 석양을 마주하거나, 밤이면 별자리를 찾는다.
달이 또렷하게 떠 있는 하늘 아래,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 따라 산책을 한다.


내가 만나게 된 새들도 많아졌다. 직박구리, 까치, 참새, 뻐꾸기, 마도요, 저어새, 꿩, 갈매기…
이름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아침이면 그들의 존재가 나를 깨운다.


하늘, 꽃, 바다, 새소리.
인위적인 소음 대신 들리는 자연의 소리들.


그래서인지 이어폰을 덜 끼게 되고, TV도 잘 안 보게 됐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천천히 말하는 강연을 더 찾게 된다.


더 이상 나를 재촉하는 것이 없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니 책을 읽고 싶어지고, 글을 쓰고 싶어진다.
급하지 않으니 방향을 틀기도 쉬워진다.
무엇을 하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처럼, 존재 그 자체로 괜찮기 때문이다.


이러니 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연에 속한 존재로서, 자연스레 변화하게 된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배우기 위해 평일 저녁에 서울까지 갈 수 있다. 저녁 약속은 커녕 주말 통틀어 약속이나 일정 하나만 잡고 집에만 있던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공간으로 가는 일. 그곳에서 새로운 나를 만난다. 어떤 내가 더 좋은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한 나를 알게 되니,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진다.


이러다 정말 멀고 긴 여행까지 하게 될까?

그곳에서 마주할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조금씩, 기대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신과 시간의 방'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