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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를 읽기 시작했다

욕구의 균형과 내면의 평화

by 고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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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욕구의 결핍과 욕구의 과잉을 피해야 한다. 양극단은 불행이다. 결핍과 과잉의 중간을 택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바깥에서만 찾지 않고 자신의 안에서 찾는다. 자신의 고뇌를 객관적인 조건 탓으로 돌리지 않고 고뇌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무료함의 근원인 내면의 공허를 극복하기 위해 외적인 자극 대신 내적인 풍부함을 추구한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유노북스, p.42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라니,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 내게 권태로운 분야는 그리 많지 않다. 여전히 고통과 권태 사이 어딘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것처럼, 자연스럽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욕구가 너무 커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과잉보다는 결핍에 가깝다. 하지만 극단이 아니라 중간쯤에 있다는 점에서, 나는 행복하다.

그 행복의 원인을 내 안에서, 또는 내가 가진 것에서 찾고 있는 지금의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고뇌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조금은 수월해졌다.

더 나이가 들면, 욕구의 과잉으로 권태가 몰려올까? 아니면 더 깊은 결핍으로 고통이 닥쳐올까? 문득 두렵기도 하다.


사람마다 진자의 양 끝은 다를 것이다.

나의 삶의 진자는, 그 폭이 너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왕 사는 거라면 양 끝단을 모두 맛보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직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저 결핍과 과잉의 중간 어딘가를 택하며, 지속 가능한 내면의 평온을 누리며 살고 싶다.

도덕경의 “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오래갈 수 있다.”는 문장이 떠오른다.




직장 내 독서 모임이 생겼다. 이름도 예쁜 '북킷리스트'다. 약 한 달 전 협의 때 굳이 내가 제안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모임장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임장이라고는 한 달도 안 된 온라인에서 하고 있는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마침 책을 많이 읽으시고 독서 모임 경력도 있는 분이 계셔서 기꺼이 모임장을 맡아주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임원은 9명인데 추천할 책이 있는 분만 추천하여 투표로 뽑힌 첫 책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다. 우리 모임의 평균 나이는 마흔이 훨씬 넘는다. 마흔을 잘 넘어가고 있는지, 미처 못 챙긴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느낌이다.

오늘까지 읽어야 했기에 특별히 도서관에 가서 마저 읽었다. 빌려놓은 책을 반납할 겸 가져가서 읽은 것이다.

도서관은 역시다. 아무리 덥고 휴가철이라지만 그곳은 일 년 내내 비슷하다. 언제나 안정감을 준다.


철학서라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읽어보기 잘했다.

쇼펜하우어도 워낙에 영향력이 있는 철학자다 보니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문장 중 많은 부분은 들어본 적이 있다.

'아, 쇼펜하우어가 한 말이었구나.'

줄을 여기저기에 하도 그어서 정리도 하다 말 정도이다.

나중에 영향을 받았다는 작품(문학, 음악)도 읽고, 들어보고 싶다.




'북킷리스트'의 특징은 오프라인 모임 때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가져와 소개하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궁금한 한 권을 골라 한 분이 소리 내어 읽어주시고 모두 듣는다.

지난번에 알게 된 책은 '무릎 딱지'이다.

쇼펜하우어의 책과는 상관없지만 이 책은 따로 글을 쓰고 싶을 만큼 정말 좋았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강추한다. 아이가 아닌 나를 위한 책이다.

울 이유가 필요하거나 가까운 분의 죽음을 겪은 분이라면 옆에 놓아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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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관련 책, 끌리는 책도 읽어야 하고 온, 오프라인 독서 모임 책도 읽어야 하니 갑자기 더 바빠졌다. 그냥 되는 대로 읽는다. 다 못 읽으면 어떤가 다 좋아서 하는 것을.

여전히 독서가 일상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대끼고 있지만 꽤나 즐거운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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