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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으로 산다는 것

나의 낭만에 대하여

by 고스란

현대 사회의 빠른 삶 속에서 굳이 나만의 낭만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이 시간이 곧 내 하루로, 삶으로 돌아올 것을 알기에.

<행동력 수업>, 오현호, Skymind, p.162




얼마 전, 고명환 님의 라이브 방송을 보다가 ‘낭만’라는 말을 다시 떠올렸다.
한동안 나와는 거리가 멀었던 단어였다.
‘낭만’은 나에게 사치스러운 말이었다.
현실과는 먼, 어쩐지 허황된 감정 같아서 외면했던 말.
그런데 요즘 문득, ‘낭만’을 꿈꾸지 않으면 인생이 너무 밋밋하고 회색빛이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 삶에 ‘낭만’이라는 빛을 비춰보고 싶어졌다.




‘낭만’은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이상적인 태도로 사물과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현실이라는 게 어차피 내가 만든 한계 안의 세계라면, 그 빗장을 열고 조금은 이상적으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상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완벽'이 아니라 '완전'이다.
모든 것이 이미 갖춰져 있어 부족하지도, 결핍되지도 않은 상태.
살아 있는 우리는 모두 완전하다. 완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생명을 가진 존재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완전하다.




그렇다면 ‘낭만적으로 산다’는 건 어떤 삶일까?

자기다움을 표현하고,

지식과 경험에서 비롯된 여유로 예상치 못한 상황을 슬쩍 웃으며 넘기는 삶.
개인으로는 성장하는 삶.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삶.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준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낭만적인 사람이다.

낭만적으로 산다는 건,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동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 경험을 성장의 디딤돌로 삼는 것.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낭만적’으로 살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게 기쁘다.




'낭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오래된 노래 하나가 생각난다.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

두 번 다신 생선가게 털지 않아
서럽게 울던 날들 나는 외톨이라네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더 자유롭게)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깊은 바다 자유롭게 날던 내가
한없이 밑으로만 가라앉고 있는데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더 자유롭게)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왜 남은 인생을 조금 더 자유롭고 이상적으로 살아보지 않겠는가.




나에게 낭만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가부좌 한 다리를 겨우 집어넣을 만큼 조그만 좌식 책상 하나.

원래 용도는 침대 위에 놓고 쓰는 책상인데 난 침대 위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불편하고 허리가 아프다.

하는 수 없이 침대 옆을 등받이 삼아 바닥에 앉는다. 바닥엔 스트레칭을 위해 산 두툼한 매트.


책상 위에 책 한 권, 노트북, 휴대폰, 펜, 형광펜 세트


이것저것 읽다만 책이 책상 아래 몇 권씩 쌓여있다.

직장에서 대여해 준 삼성 노트북, 옆에는 굿짹 굿즈 마우스 패드와 로지텍 무선 마우스.

누가 나이 많은 사람 아니랄까 봐 노트북 패드는 영 익숙지 않다.

몇 상자를 사서 쟁여놓는 검은 펜 Z-1과 맘에 쏙 드는 모나미 에센티 트윈 형광펜 세트.


왼쪽 앞에는 거치대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갤럭시 버즈를 꺼내 양 귀를 막는다.

투명한 머그컵에 라테 한 잔.


책을 읽으며 줄을 긋고 생각하기, 노트북을 열어 뭔가를 읽고 끄적거리기.


어찌 보면 궁상맞지만 이렇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있을 수 있다. 방 안에서 하루종일이라도 있을 수 있다.


해가 질 무렵 옥상에 올라 하늘을 실컷 올려다보고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을 보며 사진 찍는다.

여기저기 다니는 새들의 소리, 숨어있는 곤충소리에 귀 기울인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이어폰을 꽂고 강아지 솜이와 함께 산책을 나선다.

인천대교가 보이는 바닷가 공원까지 가로등 아래 어렴풋이 보이는 꽃과 나무를 보며 걷는다.

살랑거리며 걷는 강아지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내 옆을 빨리 내달리는 자동차 소리조차도 정겹다.

하늘에 뜬 달은 언제나 말없이 나를 감싸주고 가끔씩 보이는 비행기와 별은 새로운 곳을 탐하게 한다.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하고, 쓰며 나를 만나고 세상을 알아가는 것

어느 것 하나 특별할 것 없지만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

심지어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


시간, 공간과 상관없이 행복을 누리는 것

이것이 나의 낭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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