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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km 우중런(雨中-Run)을 하는 아들

= 밤에 빵을 만드는 아들

by 고스란

광복절 80주년이다. 하루 중 간간이 전야제와 관련된 영상을 보니 '좀 더 바뀐 세상에서 광복절을 맞이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저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남겨본다. 나중에 그리워할 한 장면일 거 같아서.






나에겐 그저 내 눈앞에 펼쳐진 8월 15일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어젯밤 아들이 꼭 7시에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친구들과 함께 8.15km 달리기를 하기로 했단다. 거창한 의미로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마라톤 행사 코스로 종종 이용되는 씨사아드파크를 달리기로 약속했단다.

요즘 6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있어서 7시에 아들을 깨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똑똑

"아들아, 7시야. 일어나야지. 오늘 달리기 간다고 했어."

"네."

아들도 바로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만나는 장소까지 데려다주냐고 물었더니 뛰러 가는데 굳이 차를 타고 가냐며 알아서 걸어간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좀 떨어져 산다. 20여분은 걸어야 하길래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아, 아이들이 카톡도 안 보고 전화도 안 받아요. 아직 자나 봐요. 두 명이 깨워달라고 했는데..."


얼마 전에도 새벽에 달리기 하기로 약속했는데 아들만 혼자 일어나고 연락이 안 되어 무산된 적이 있다.

"애들이 너무 게을러요. 가기로 했으면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야지, 정말."

그때 아쉽고 답답한 마음에 말했던 게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알아서 간다고 하니 입을 옷도 봐주고 마라톤에 필요한 휴대폰 복대, 마라톤용 얇은 긴 수건을 준비해 놓았다.

"이건 마라톤 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복대야. 엄마가 하고 다니지만 남녀공용이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하는 거야. 네 휴대폰 사이즈에 딱 맞아. 허리에 차고 뒤쪽으로 돌려서 쓰면.."

"아니에요. 그냥 들고뛸 거예요."

"손에 들고뛰면 힘들어. 이거 쓰면 얼마나 편한데"

"괜찮아요."

"이건 엄마가 전에 마라톤 할 때 받은 수건인데 다른 수건보다 얇아서 허리에 차고..."

"그냥 갈 거예요. 축구할 때 땀 더 많이 나도 안 닦아요."

예상은 했지만 둘 다 설득 실패다. 아무래도 난 판매에는 소질이 없나 보다.

번거로운 것과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는 아들은 결국 두 가지 중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엄마, 친구들 연락되었어요. 근데 애들이 바로 나온대요. 저 데려다주세요. 먼저 내려가 시동 걸고 계세요."

데려다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내려가면 된다. 강아지와 함께 먼저 내려갔다.

"혹시 맘 바뀌면 엄마가 준 거 챙겨 내려와."

한산한 동네 주택에 살면 차로 잠깐 다녀올 때, 외모에 크게 신경 안 쓰고 나갈 수 있어 좋다. 아파트에 살면 너무 많은 사람들과 마주쳐야 한다. 심지어 전에 살던 곳은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과 마주칠 수도 있기에 조금이라도 신경 써야 했다. 여기선 편하게 지내도 된다. 특히 아침 시간엔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새들만 만나면 되니 마음이 평온하다.


차 시동을 걸고 앉아 있는데 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이 룸미러로 보인다. 손에 뭔가를 들고 있다. 문을 열고 뒷자리에 앉는다. 뭔가 봤더니 핸드폰과 물통이다.

"레몬수 만들어 왔어요."

"그래, 잘했어."

굳이 프로젝트에 '거절당하기 미션'이 있는데 아들과 살다 보면 정말 하루에도 수없이 성공하게 된다.

예전에는 아들에게 도움 되라고 이것저것 제안했다가 거절당하면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가끔 결국 내 말대로 할 거면서 일단 거절하고 보는 아들이 야속할 때가 있었는데 이젠 '오늘도 거절 미션 성공이군.' 하며 넘기는 여유가 생겼다.


"몇 명이 뛰는 거야?"

친구이름을 대며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는다. "여섯이요."

"마라톤 8.15km면 쉽진 않을 텐데 평소에 운동 많이 하는 애들이야?"

"182cm에 90kg 다 되는 친구가 살 뺀다고 하길래 우리가 같이 뛰자고 말해서 하는 거예요. 축구 같이 하는 애들도 있고 저보다 운동 잘하는 애도 있어요. 물론 잘 못하는 애도 있는데 힘들면 걸을 거예요."

"그래 무리하지 말고 즐겁게 해."

"10시쯤 비 온 다고 했는데 우산은 안 가져가도 되겠죠? 이따 마라톤 끝나고 밥도 먹을 거 같으니까 알아서 올게요."

"알았어. 그럼 엄마는 신경 안 쓰고 있을게."






내 방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글도 쓰고 이것저것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후드득 거리더니 빗방울이 꽤나 세차게 내 방 통창을 두드린다. 블라인드를 쳐놨기에 밖을 볼 수는 없었지만 소리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10시 50분.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니 좀 전부터 내린 비가 아니었나 보다. 점점 거세진 분위기다.

아들의 상황이 궁금했다.

"아들아, 지금 비 많이 오네. 비 피하고 있어?"

"아니요, 아까부터 비 맞고 뛰고 있어요. 옷이 홀딱 젖어서 다 웃통 벗고 뛰고 있어요."

'맙소사.' 고2 남자들은 이렇게 노나보다.

"비 많이 와서 전화기 계속 들고뛰기가 그래요."

"알았어. 조심히 뛰고 엄마 필요하면 연락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아들아, 왔어?"

"지금 친구들이 요 앞에 있는데 물 좀 마시겠다고 해서 지금 물 갖고 내려갈 거예요."

친구들이 사는 쪽에서 출발해 우리 집 쪽 방향으로 달렸단다. 왕복으로 8.15km를 뛴 후 인증 사진을 찍고 뛰던 곳에서 가까운 우리 집에 들렀단다. 다 젖은 상태라 들어오긴 그렇고 대충 머리 물 좀 털 수건이랑 마실 물만 주면 된단다.

다행히 비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고 아들이 내려갔다 왔다. 친구들은 다시 자기 집 쪽으로 출발했다.

"이따 화로구이집에 가서 점심 먹기로 했어요. 씻고 준비하고 나가면 돼요."

"그래, 젖은 옷과 수건은 세탁기에 넣어놔. 바로 빨아야겠다."


아들이 다 씻고 외출준비를 마쳤다. 나는 다시 데려다주려고 집안에 있던 그대로 차에 탔다.

다시 비가 거세게 내린다. 아들이 차를 타고 전화를 받았다.

"애들이 또 비 맞고 집에 갔는데 다시 나오기 귀찮대요. 점심 먹는 거 취소되었어요."

꽤나 실망스러웠나 보다.

"그럼 엄마랑 둘이 먹으러 갈까? 네가 전에 말했던 거기지? 맛있다고 언제 같이 가고 싶다고 했잖아. 오늘 가면 되지."

"그럴까요? 나 먹으러 가는 줄 알고 되게 기대했는데 못 먹게 돼서 슬펐거든요. 그럼 엄마 옷 갈아입고 오세요. 기다릴게요."

하하, 그렇다. 아들 기준에도 내 모습이 외출할 차림은 아니었나 보다.

아주 최소한의 시간만 준비해서 다시 내려갔다.

"혹시 모르니까 가는 곳 오늘 여는지 확인해."

운전 중에 알아보던 아들이 크게 말한다.

"우와, 아직 안 열었어요. 2시에 연대요. 아, 이럴 수가."

이미 가던 중이라 돌아 들어가기도 그렇고 공복에 마라톤을 하고 온 아들이 배고프다고 했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럼, 전에 네가 엄마랑 또 가보고 싶다고 한 데가 어디 더 있지?"

아들은 먹는 것에 진심이기에 친구들과 가보고 괜찮으면 꼭 같이 가서 먹자고 하는 편이다. 핸드폰에는 먹킷리스트도 적혀 있다.

"아, 전에 네가 샤브집인가 가성비 좋다고 가자고 했던 데 있지?"

"네, 편백찜 집이요. 잠깐만요. 검색해 볼게요."

"지금 열었다. 그럼 거기로 갈래요? 무한리필집인데 괜찮아요?"

"응, 엄마도 아직 아무것도 안 먹어서 괜찮아."


그렇게 편백찜 집에 가서 찜 두 판에 고기는 3번, 칼국수는 아들만 먹었다.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먹었다.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먹었으니 말이다.

"전에 친구 두 명이랑 왔을 때는 찜 세 번 먹고, 고기 5번 채워서 먹었어요. 칼국수도 5개 시켜서 먹었는데. 우리가 많이 먹긴 했나 봐요."

"그러게, 너희가 많이 먹긴 했네."

아들이랑 둘이 마주 앉아 쉼 없이 먹고 또 쉼 없이 말한다. 합이 잘 맞는 느낌. 참 귀하고 행복하다.




계산하며 주차등록을 했는데 두 시간이 넘었다. 아쉬워하자 옆에 있는 커피집에 가면 1시간 무료 넣어준다는 정보를 주신다.

아들은 주차비를 그냥 내느니 나에게 커피 하나 시켜서 들고 가라고 한다.

배는 찼지만 시원한 아메리카노라면 입가심도 하고 괜찮을 거 같았다.

카페에 들어서자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모습에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전문가의 향이 느껴진다.

한쪽 유리로 짜인, 커다란 스테인리스 기계가 있는 공간에 사장님이 계신다. 우리가 온 것을 발견하시곤 고개를 빼꼼 내미신다.

"지금 커피 추출 중인데 1분 남았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동안 벽면과 카운터 주변에 놓인 다양한 자격증과 상장을 구경한다.

'여긴 커피를 파는 것보다 만드는 데 더 진심인 분들이 하시는 곳이구나.'

종이 두 장으로 된 세워진 메뉴 판에서 계획대로 아메리카노를 봤는데 원두를 고르게 되어 있다.

"아들아, 엄마는 산미 있는 커피 좋아하는데 너는 어때?"

"나도 좋아해요."

커피를 평소에 자주 마시진 않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하나 사서 같이 마실 거라 취향을 물었다.

"블렌드 A,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오른쪽 메뉴판에 눈이 가서 쭉 읽어 내리다 "예가체프도 맛있는데.." 그러자 아들이 "그럼 엄마는 그거 따로 드세요." 그런다.

잠깐 고민하자 "엄마, 제가 사드릴게요."

"그래? 그럴까?"

전문가인 사장님께 묻고 싶어졌다.

"저는 산미 있는 커피 마시고 싶은데 예가체프만 알아요. 혹시 추천해 주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메뉴판 아래로 갈수록 산미가 짙고 다른 과일향도 많이 나는 거예요. 아바야 게이샤 어떠세요?"

"아바야 게이샤요? 처음 들어요."

"예가체프 아바야 호수 근처에서 나는 게이샤라는 품종의 원두커피예요. 산미는 좀 더 있고 다양한 향에 바디감도 좋아요."

"네, 그거 아이스로 주세요."

사장님은 실험을 하시듯 물의 양을 계량컵으로 넣으시고 온도가 적혀 있는 포트에서 끓이신다. 핸드드립으로 목이 길고 휜 주전자에 담긴 물을 원을 그리며 천천히 넣으신다.

"저희는 로스팅을 살짝만 하고 핸드드립으로 너무 진하지 않게 드려요. 괜찮으시겠어요?"

"네, 저도 로스팅 살짝 한 거 좋아하고 커피가 연해도 괜찮아요."

일반 아아와 내가 사는 아아를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장님 여기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나 봐요."

"네, 이제 석 달 되었어요. 저희가 원래 커피 학원을 했는데 이제 카페도 해볼까 해서 시작했어요."

"아, 그러시구나. 그래서 자격증과 상장이 많군요."

그냥 가지고 가려고 주문한 거라 일회용 컵에 담겼는데 색이 다르다. 첫 한 모금을 마시자 눈이 동그래졌다.

"와~"

우리는 말을 할 필요 없이 서로의 커피를 맛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야 게이샤는 이전에 먹던 커피보다 산미가 살짝 더 있는데 다양한 향긋 상큼한 향이 느껴졌다. 과일향이 나서 그렇다며 말씀하신다. 일반 아메리카노도 맛이 달랐다. 무엇보다 살짝 로스팅한 게 뭔 말인지 알았다. 많이 볶아서 나는 커피의 탄맛이나 잿맛이 나지 않아 좋았다.

언제부터 커피의 맛을 알고 마셨다고. 재미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둥근 정사각형의 쿠폰에 더 작은 스티커 두 개를 붙여 주신다.

"혹시 쿠폰 보관해 주시나요?"

"아니요, 아직"

"그러시구나."

아들은 괜한 걸 묻는다는 식으로 살짝 눈치를 준다.

"특이한 걸 요청한 게 아니라 요즘엔 지갑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쿠폰을 보관해 주는 카페도 많아. 그래서 여쭤본 거야."

"저희가 보관해 드릴게요."

"아직 보관함 없으시다고 하셨는데 보관해 주시려고요?"

"네, 여기에 성함 적어서 주세요."

네임펜을 내미신다. 아들이 이름 석자 예쁘게 쓰라고 한다

"와, 저희가 처음으로 맡기는 손님이에요?"

"네" 사장님이 웃으며 말씀하신다.

"아들아, 언제 근처 올 일 있으면 여기서 엄마 커피 한 잔 사다 줘. 그때 쿠폰 쓰면 돼."

"혹시 여기 원데이 클래스도 해요?"

"지금은 학원에 왔던 사람 중에서 개인적으로 배우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아직 원데이는 안 했고 자리 잡으면 할 생각은 있어요."

질문을 마치자 아들이 나를 쳐다본다. 나도 아들 눈을 쳐다보다 웃었다. 우리는 안다. 그 원데이 클래스에서 배울 사람이 내가 아니라 아들이란 걸. 물론 같이 오긴 할 거다. 혼자 가라고 하면 절대 안 갈테니까.


편백찜을 두 시간 넘게 먹어 얼떨결에 단골이 되고 싶은 카페를 발견했다.

예상치 못한 발견과 만남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브루잉커피로스터스





배불리 먹고 들어오니 온몸의 세포들이 소화시키는데 집중하여 잠이 왔다.

그렇게 얼마간 잠이 들었다 깼다. 여전히 배가 꺼지지 않았는데 저녁이 되었다.

비가 싹 그쳤기에 소화도 시킬 겸 강아지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걷다 뛰었다 하며 늘 다니는 산책길보다 좀 더 걸었다. 아들이 오전에 뛰고 왔다던 그 길을 나도 좀 더 걷고 싶었다. 원래는 천천히라도 뛰고 싶었으나 덥고 습한 날씨가 털로 뒤덮인 강아지에게는 무리였나 보다. 조금 걷더니 앉아서 뛰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오늘 광복절이라서 그런지 태극기를 꽂거나 들고뛰는 크루가 많이 보인다.

러너들이 뛰는 길가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는 하얗고 작은 강아지가 귀여웠는지 다행히 웃으며 쳐다봐 주신다. 나도 좀 더 뛰고 싶었으나 포기했다.

덥고 습한데 털뭉치 강아지까지 안고 걸으려니 더 후끈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같이 산책하니 좋다.

해도 거의 지고 어스름하고 푸르스름한 배경을 지나 집으로 향한다.

많이 뛰지 않았는데도 땀으로 옷이 젖기 시작했다. 이제야 양심을 찌르던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저녁 9시가 다 되어서 갑자기 아들이 빵이나 쿠키를 만든단다.

"이 시간에? 뭘 만든다고?"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을 빵이 필요한데 식빵 밖에 없어서 만들려고요."

"엄마가 새벽배송으로 시켜줄게."

"그건 새벽에 오잖아요. 나는 지금 먹고 싶어요."

보통 이런 경우 대부분은 빵집에 가서 사 오라고 하지 않나?

우리 아들은 아니다. 빵을 먹고 싶은데 당장 없으면 그냥 만든다.

레시피는 검색도 안 한다.

밀가루를 꺼내고 여기저기 뒤지더니 카카오닙스를 꺼낸다. 분쇄를 하고 섞는다. 설탕과 소금까지 넣는다.

"엄마는 올라가서 할 거 해도 되지?"

"네, 다 되면 부를게요."

냉장고에서 버터를 꺼내어 자른다.


남들과는 다른 풍경이 또 펼쳐졌다.

아들은 주방에서 빵인지 쿠키인지를 만들고 엄마인 나는 방에 들어와 책을 읽는다.

쇼펜하우어 책을 읽으려다 오늘 아들과의 경험을 기억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선택했다.


10시가 다 되어 가자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버터향이 코를 찌른다.

"엄마 다 되었어요. 지금 식히고 있으니까 슬슬 내려오세요."

전에 사달라고 했던 마들렌 틀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이 완성되었다.

갑자기 생크림과 크림치즈와 레몬즙을 꺼내더니 휘핑기로 젓는다.

"이거 찍어 먹고 싶어서 빵 만든 거잖아요. 생레몬이 있으면 슬라이드로 해서 진짜 맛있는 레몬크림되는데 아쉽네요."

"이건 뭐랑 먹어?"

"좀 늦긴 했지만 우유보단 아까 사 온 커피 남은 거랑 더 잘 어울려요."

정성이 듬뿍 들어간 마들렌 모양의 카카오닙빵과 레몬크림을 접시에 담았다.

"아들아, 맛있게 먹을게."


내 방으로 올라와 빵을 먹으며 글을 마저 쓴다.

천천히 먹으려고 했는데 빵이 크림을 부르고 다시 크림은 빵을 부르고 커피도 당긴다.

글쓰기는 뒷전이고 일단 먹고 본다.



하루 중 기억에 남는 것만 복기해서 쓰는데도 몇 시간이 걸린다.

이래서 글쓰기가 어려운 거다.





광복절 80년,

그 힘든 시기를 바르게 사시고 견디시고 헌신, 희생하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하루를 삽니다.

후대에 떳떳하게 살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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