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내 인생 첫 남미 [페루]

100일간의 무일푼 세계일주

by JAKE

2024년 12월 31일, 페루 리마

페루 시간 오후 7시


힌, 지금 내가 리마의 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눈앞에 펼쳐진 거대하고 생동감 넘치는 파도 앞에서

너에게 일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 거야. 인터넷 일기의 장점이 뭔지 알아?

사진 첨부가 가능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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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진으로는 다 표현이 안될 정도로 대단한 광경이야.

그래 나는 지금 지구 반대편에 와 있어!


[1] 고문같던 22시간의 비행 시간

맞아, 나는 어제 밤에 무사히 페루에 도착했어. LA를 경유하여 약 22시간이라는 미친 듯이 긴 비행이었어.

나는 정말이지 더이상 이런 비행을 하고 싶지 않아. 자세가 불편해서 잠도 안 오고

영화는 집중이 안돼. 그나마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2를 보면서 심신을 달랬단다.


정말 몸부림 치며 시간을 떼워도 13시간 비행 중 20분 남짓 지나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나가.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복도석에 앉을 거야. 무조건.

창가석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30분만 좋고, 나머지는 정말 정말 고통의 시간이었어.

소변이 급한데 옆 자리 사람들 모두 자고 있어서 4시간을 참았다니까?


그래도 좋은 점은,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밤이 지고 해가 뜨는 그 시간을 지켜보던 것이었어.

밤의 어두움과, 새벽의 푸르름이 교차하고 그 사이 붉은 노을이 줄을 그어 만드는 경관은 다신 못 잊을 거야.



[2] LA 경유

비행기에서 잠시 내려 LA를 경유했어. 정말 천국같았지만, 다시 8시간을 리마로 비행할 생각하니 암울했어.

부은 다리를 풀어주고, 화장실도 수시로 갔단다.


미국 공항의 느낀점은.. 먹을 게 참 없다는 거야. 다 느끼한 것들 뿐이었거든.

결국 멕시코 음식을 먹었어 그나마 덜 느끼하고, 타코는 심지어 매운 맛도 있더라고?

살사 베르데? 초록색 소스 말야. 한국인들은 혈중 캡사이신 농도가 떨어지면 안 된다는 거 너도 알지?


그래도 내 인생에서 미국에 와볼 줄은 몰랐어. 단순히 공항이었지만, 다양한 인종들이 다양한 패션을 하고 돌아다니는데 와.. 저 사람들은 남들 시선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너무 멋지고, 개성 있고, 여유가 넘쳐보여. 나도 배워야겠어. 특히 선글라스 낀 백인 흑인 형 누나들이 멋져.


아무튼 2시간30분은 뭐랄까 미국을 맛만 본 기분이야. 시식코너에서 만두 반절 먹은 기분?

제발 리마에 내 캐리어가 잘 도착하길 바라면서 다시 비행기에 탑승했어.



[3] 코트라 아저씨

그나마 LA에서 페루로 가는 비행기는 즐거웠어. 한 한국인 아저씨를 만났거든.

사실 이야기를 길게 한 건 아니고, 도착 2시간 전에 옆자리에 한국인 아저씨가 계셨는데, 먼저 얘기를 꺼냈어

젊은 나이같은데 페루에 배낭여행을 가냐고 물으셔서, 비슷한 거라고 대답을 해줬어.

친구 제안으로 볼리비아 방송사에서 하는 세계일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아저씨는 내가 '무일푼'이라는 걸 강조하자 놀라면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어.

자기가 코트라라는 기관에서 일하느라 세계 이곳저곳을 많이 가봤는데, 세상이 네가 생각하는 것같지 않대.

어딜가도 자본주의라서 돈이 없으면 물도, 밥도, 숙소도 구하기 힘들 거래. 낭만만 있지 않대.


코트라 아저씨는 (성함을 벌써 잊었어. 메모장에 적어놨는데..) 코트라 페루 사무소에서 근무하시는데,

어머니가 며칠전에 돌아가셔서 경조사 휴가로 한국에 다녀오고 복귀하시는 중이라셨어.

해외에서 일하는 게 정말 멋지면서도, 가족이나 지인의 경조사를 제때 챙기기 어려워보인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저씨는 슬퍼보이진 않으셨어, 마음을 한국에서 다 정리하셨나봐.


아저씨는 리마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건내주셨어.

그리고, 세계일주를 하게 되면 리마뿐 아니라 코트라는 거의 모든 국가에 다 있을 테니

대사관이 안되면 코트라에라도 찾아가서 현지정보를 얻어도 좋을 거래. 코이카라는 곳도 추천해주셨어.



[4] 한밤중의 리마

한밤중에 리마 공항에 도착했어. 비행기에서 내리니 바로 게이트가 아니라 셔틀버스에 타야했어.

입국절차부터 숙소까지 어떻게 가야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코트라 아저씨가 다 도와주시고

후안 발데즈라는 카페에서 음료도 사주셨어.

우버를 불러서 내 숙소에 먼저 내려다주시고 본인 집으로 가셨단다.


뭐랄까, 처음부터 너무 든든하게 도움을 받은 것 같아 ㅎㅎ


그렇게 나는 숙소에 도착했어.



이제 은서 만나서 이곳 미라플로레스까지 온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쇼핑하러 가야해서 다음에 쓸게!


잘 지내 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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