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숙소에 도착하다

100일간의 무일푼 세계일주

by JAKE

2024년 12월 31일 두 번째 일기

페루 리마


"'100일간의 무일푼 세계일주' 라는 볼리비아 방송의 참가하기 위해

시작지점인 페루 리마에 도착한 나."


힌, 지금의 내 모습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봤어.

실업자 치고는 굉장히 멋진 삶을 사는 것 같지 않니?


아, 아무튼. 숙소에 도착해서 아까 다 쓰지 못한 일기를 써보려고 해.


나는 이미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리마의 숙소를 잡았었어.

미라 플로레스라고 하는 유명한 해변가 근처에 위치한 곳인데, C. 2 de Mayo 720이 주소야.

공항에서 우버를 불러서 택시를 타고 40분 정도는 걸렸던 것 같아.


방송국에서 숙소를 잡아주길 바랐지만, 그쪽에서도 나를 갑작스럽게 섭외한 상황이라

행정 업무상 숙소를 잡아주기 어렵다나 뭐라나.

은서는 카톡으로 이 사실을 전달하면서 '남미는 모든 것이 느리니 각오해'라고 했어.


아무튼 아침 9시경, 공항에서 택시의 뒷좌석에 커다란 배낭을 풀어 넣고 나는 앞자리에 탔어.

기사가 앱에 뜨는 목적지를 말하는데, 도저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휴대폰만 보여드렸더니

씨 씨 거리시더니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주셨단다.


나는 공항에 있을 때는 실감이 안 났는데, 차에서 라틴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여기가 지구 반대편이라는 게 실감났어. 굉장히 이질적인 음악과 더불어, 라디오 광고에서 말이 엄청 빠른 성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그 예전에 우리나라도 보험 광고할 때 약관 같은 건 엄청 속사포로 말하거든. 그런 느낌?


리마의 풍경도 정말 신기했어. 뭐랄까 노란빛의 사막에 가까운 지형 속에 회색 건물들이 나란히 있고,

차가 40분을 달리기 시작하자 건조했던 사막을 파도가 시원하게 적셔주는 느낌이랄까?

아.. 모르겠어. 사막은 아니지만 노란빛 도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아. 세계지리 좀 열심히 공부할 걸.


숙소는 비싼만큼 엄청나게 좋았어. 방이 두 개나 딸려 있고,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기도 있었어.

특히 거실은 참나무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코팅된 나뭇바닥은 너무 고급진데다, 남미풍의 카펫과 소파가 정말 내 취향을 저격하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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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욕조가 있는 걸 본 순간, 나는 이 여행이 평생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소리를 질렀어.

짐을 풀기도 전에, 배낭에서 옷들 사이에 접혀진 수건을 끄집어 내서 옷을 벗고 욕조로 들어갔단다.


완전히 뜨거운 물이 나오지는 않아서 약간 실망했지만, 물이 채워지자 몸이 노곤노곤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

앞으로는 10시간 이상의 비행은 절대 안 할거야. 아침인데도 몽롱하고, 머리가 지끈지끈해.

나는 욕조에서 휴대폰이 떨이지지 않게 조심히 들어 은서에게 도착했다는 카톡을 하고, 그대로 졸았어.


샤워가운을 걸치고 침대에 눕는 순간 모든 피로가 싹 녹아내렸어.

그렇게 10분만 있다 은서에게 카톡하자.. 하는 마음으로 눈을 잠시 감으니 2시간이 지나있었지 뭐야


풋잠 속에 드는 생각은 벌써부터 힘들면 어쩌지 라는 생각과

내가 정말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

세계지도에서나 보던, 티브이에서나 보던 페루라는 국가에 와 있는 건가? 하는 생각 말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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