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에 글이 실렸어요.
전화벨이 울렸다.
간호 팀장님의 전화였다.
요양원에서 전화만 와도 가슴이 철렁한다.
운동을 나서는 남편을 가로막고 점심 먹은 설거지도 미룬 채 헐레벌떡 달려갔다. 휠체어에 앉은 시어머니의 힘없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 손등이 아프다며 내미는 손을 잡으니, 멍이 들고 볼록하게 부어 있었다.
아무리 못 하게 말려도 들을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다만 뼈에 금이라도 갔으면 부목을 대야 하고 그걸 그냥 두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걱정이 앞섰다.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뼈가 모두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지만 멍이 들고 붓기만 했을 뿐 괜찮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물 한 모금도 가져가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약국에서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받아 들고 아래층에 있는 마트에서 좋아하시는 음료를 사 들고 나왔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처음처럼 달게 드시는 모습에 안쓰러움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
자식 얼굴 보고 다 나은 것처럼 휠체어에 앉아 아픈 손을 흔들며 엘리베이터 속으로 사라지는 시어머니. 여기저기 작은 멍들이 있었지만 싫은 소리 한 번 못 하고 돌아섰다. 해본들 시어머니가 달라질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요양원 측에서도 신경 써 주신 걸 알기에 더 이상의 바람은 욕심이다. 간호 팀장님께 그저 잘 부탁드린다고 코가 땅에 닿도록 고개만 숙이고 돌아왔다.
그런 크고 작은 일들로 달려간 지도 10여 년이건만 매번 놀라고 정신을 못 차린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기운이 쏙 빠져 엘리베이터에서 간신히 내렸다. 앗, 기다리던 책이 현관 앞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겉표지의 노란빛으로 물이 들었다.
지난 8월에 '좋은 생각'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10월호에 내 글이 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몇 번을 보냈지만, 미채택으로 실망하던 차였기에 드디어 해냈구나 싶었다. 1년 정기 구독권 선물은 재소자분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기부했다.
10년도 더 전에 중학교에서 상담 봉사를 하던 때였다. 대표 선생님이 출소하는 분들을 위한 자립 지원의 하나로 상담을 해주었으면 했다. 경제적 지원은 ㅇㅇ클럽 분들이 하기로 하고 담 높을 집을 절차를 거쳐 방문까지 했다. 하지만 중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작지만 이번에 그 빚을 갚은 기분이다.
뒤이어 오마이뉴스에도 기사를 송고하며 나 자신을 시험하듯 계속 도전 중이다. 심지 않은 콩에서 싹이 나지 않는 것처럼 글만 쓰고 있다고 저절로 뭐가 되진 않았다. 뭐든 도전해 보는 것이 때로는 힘이 된다.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