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창작 얘기를 하자면
「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브런치에서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다.
오프로 참가 중인 그림책 모임에서 온라인 창작소모임을 한단다.
뭔가를 '창작'한다는데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가 가만있을쏘냐. 오리엔테이션에 냅다 참석했다. 이야기를 창작한단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고, 롤모델로 삼고 싶은 작품을 분석해오라 셨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장르는 자유다. 나는 역시 그림책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간극이 있을 거라고 했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도 했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내가 그리고 싶은 스타일은 은은한 파스텔톤의 주방이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 취미 드로잉 선생님의 코칭을 받으며 그렸다. 집에서 나 혼자 그린 건 오른쪽 그림 주방이다.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 적은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완성한 것이 저것이다. 오른쪽 그림의 뮤즈는 15년 전 나의 집이다. 우드(wood) 인테리어가 로망이었기에 출산 후 이사를 하며 싱크대 상판을 우드로 주문했었다. 코팅오일을 칠했으니 괜찮겠지 하고 물을 흥건히 쓰다 개수대 주변이 시커멓게 썩어 버렸던 기억.
이미지 출처 : 예스 24엠마 아드보게가 쓰고 그린 「그 구덩이 얘기를 하자면」에는 아이들이 구덩이에서만 논다. 학교 안에 놀이터와 체육관이 있어도 말이다. 나무뿌리가 얽히고설켜 다칠 위험이 많은 구덩이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이 선생님들은 탐탁지 않다.
어른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아이들 마음은 천퍼 이해된다.
아이들은 구덩이에서 놀고 싶다. 왜? 구덩이는 아주 아주 넓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무조건 구덩이로 갑니다. 구덩이는 아주 넓고 또 누구든 놀고 싶은 대로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들은 이제부터 구덩이에서 노는 건 금지라고 했습니다.
왜죠? 왜죠? 왜 금지인가요?
아이들의 강한 의문에 웃음이 나온다.
정말이지 이해가 안 가는 거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놀지 못하게 구덩이를 흙으로 메워버린다. 아, 아이들은 이렇게 다뤄야 하는군요.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다 혼자 열폭 터질 것이 아니라, 땅을 아예 메어버려야 하는구나. 내가 이 단호함이 없어서 권위가 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망연자실 이 사태를 지켜보던 아이들의 해결책을 보라. 말도 드럽게 안 듣는구나 싶은데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간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왜지? 왜지? 왜 그런 걸까요?
이렇게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됐을 때 구덩이만 그리며 우울해할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보면 좋겠다. adhd, 우울 약을 먹는 어른이지만 그렇기에 순수하고 때론 철없게, 아이처럼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정신없고 서툴고 잘나지 않은 사람들이 볼 때 미소가 지어지면 좋겠다. 좋아하는 걸 포기 않고 부족한 나를 인정하며 다른 시각으로 내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다. 파스텔톤의 세밀하고 동화스러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하지만 혼자서는 그렇게 못하더라도 단순하지만 나만의 우드톤으로 내 색깔을 내는 그런 그림이고 싶다.
창작 소모임 과제 - 롤 모델 삼고 싶은 책은 [나랑 노랑]으로 정했다. 어떤 것에 정신없이 빠지다 결국 융화돼 버리는 이야기가 좋다. 형광 노랑도, 정신없음도 마음에 든다. 그렇게 사는 것도 꽤 유쾌하고 살 만하다. 뭘 그리든 형광으로 칠할 테다. 형광빛이 신난다. 그래서 무슨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까. 한 달이란 시간이 짧아서 부족하고, 길어서 괴롭다.
어쨌든 창작 크리에이터시다 이 말씀, 에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