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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애 매애 매애

「브루키와 작은 양」 M.B. 고프스타인

by 그리다 살랑


브루키는 작은 양을 사랑해서 노래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작은 양은 모든 노래를 이렇게 부른다.

매애 매애 매애


이 얼마나 위트 있고 사실(?)적이며 인생의 진리를 담는가. '매애 매애 매애'밖에 못 부르는 양에게 내 방식의 무언가를 가르치고 주려고 하는 게 대부분 사랑방식이다.


노래는 포기하고 이제 책 읽는 법을 가르친다. 예상하겠지만, 작은 양은 모든 책을 이렇게 읽는다.

매애 매애 매애



처음엔 브루키도 작은 양에게 무언가를 계속 가르치려고 했다. 매애 매애 매애 밖에 모르는 작은 양을 보며 다 때려치우고(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냥 놀러 나간다. 쥐어뜯은 머리라도 식히려 간 것일까.(개인적인 견해Ⅱ) 산책에서 작은 개도 만나고 (어쩜 여기 나오는 존재는 이리도 다 작은지) 꽃도 조금만 먹고 돌아온다. 작은 양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온 브루키는 아마도 뭔가를 깨달은 것 같다. 작은 양의 자리를 편안하게 꾸며준다. 심기일전하야 책 읽는 법을 다시 가르치려는 것일까? 노래하는 법 가르치는 건 포기한 것일까?


브루키는 작은 양의 자리를 아늑하게 꾸몄어.
작은 양이 앉아서 책 보기 좋게 말이야.
책에는 모두 매애 매애 매애라 쓰여 있어서
작은 양은 책을 아주 좋아했어.


abc부터 차근차근 가르칠 줄 알았다. 그런데 '매애 매애 매애'라고 쓰여있는 책을 준단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매애 매애 매애 밖에 못 읽는다면 그렇게 쓰인 책을 주면 되는 것이다.


내 방, 내 공간. 실제론 더 아늑한데 똥손이라 사진이 엉망이다.

마침 이 글을 쓰고 있을 무렵 내 방이 생겼다. 실제 방은 아니고 안방 침대와 붙박이 장 사이에 책상을 놓고 쓰고 있었다. 남편에게 종종 "아, 나도 작업실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어느 날 가벽을 세워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작은 책장도 옮기고 아늑하게 꾸며주었다. 작은 양이 앉아서 그림 그리고 글 쓰기 좋게 말이다. 공간은 지내기 편한 동선과 방식으로 되어 작은 양은 그 공간이 아주 좋았다. 물론 출입구에 건 꽃무늬 담요를 보고는, ‘웬 거적때기냐’며 시비를 걸었지만 말이다. 그림책과 현실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에 브루키의 이타적인 사랑에 작은 양은 폭 안겨서 자그맣게 속삭인다. 뭐라고 속삭였을지는 모두 예상하시리라. 나 또한 남편의 사랑이 고마워 작은 양처럼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매애 매애 매애"

"뭐라는 거야?"


우리는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매애 매애 매애...




아유 뭘 이런 걸 다. 나는 그에게 한 마리 작은 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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