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무늬는 느닷없이 찾아왔어

「나랑 노랑」 미로코 마치코

by 그리다 살랑
캬아옹 야옹 야옹야옹
우 다 다 다 다 다 다
휘 이 이 이 이 이 익

「나랑 노랑」中


노랑이 느닷없이 찾아와 파랑 고양이는 성가시다. 노랑 빛을 쫓으며 노랑과 시끌시끌 들썩들썩 빙글빙글, 헥헥거리고 우다다거리다 활짝 피어난다.


책을 읽고 나면 「나랑 노랑」이 단지 '나와 노랑 빛'만을 뜻하는 건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원어는 일본어인데 한국어로 번역하며 '나랑 놀자'라는 의미도 포함된 게 아닐까. 그야말로 고양이가 노랑 빛과 지지고 볶으며 한바탕 뛰어놀기 때문이다.


우리 눈엔 노는 걸로 보이지만 고양이 입장이 되어보자. 이판사판 사생결단, 이렇게 진지할 수 없다. 노랑이 자꾸만 괴롭히고 쏟아지고 온몸과 세계를 휘젓는다. 노랑을 쫓다 완전히 지쳐 색색 잠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잠들고 끝나나 했는데 그럼 그렇지, 2차전이다. 노랑도 고양이도 포기하지 않긔. 으갸갸 으갸갸갸 - 마지막, 모든 것을 초월한 다섯 살 아이 같은 말투에 결말이 행복해진다. (보실 분들을 위해 결말은 남겨둔다)


이 책은 일본의 유명 그림책 작가인 미로코 마치코의 작품이다. 어른이 만든 거란다. 어른이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고? 노랑과 고양이 두 존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이 너무도 발랄하고 신이 난다. 마침 축하할 일이 생겨 아기엄마인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그 엄마는 "책이 너무 정신없고 고양이가 무섭게 생겼더라"는 피드백을 내놨다. 이럴 수가. 내 정신연령과 꼭 맞아서인지 나는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였다. 파랑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며 그저 노랑을 좇아 흠뻑 뛰어다녔을 뿐이다.



2022년부터 꽃무늬 삽질의 변천사

꽃무늬는 느닷없이 찾아왔다. 22년 5월 온라인 색연필 강의에서 자화상을 그려보라고 했다. 고민하던 나는 어쩐지 빨갛고 화려한 양귀비꽃을 떠올렸다. '몽상을 꿈꾸는 매혹적인 존재'로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다 강원도 여행지에서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구입하게 되었다. 마지막 30대의 발악이었던 히피펌 머리와 꽃무늬 원피스는 제법 잘 어울렸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어느 골목에서 치마를 휘날리며 춤을 추는 여인 같았다. 히피펌 머리와 꽃무늬 원피스는 내 드로잉의 뮤즈가 되었다.


겹겹이 쌓인 꽃잎을 어떻게 표현할지 막막했다. 혼자서 그리다 취미 화실을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양귀비의 레드보다 네온 핫핑크를 더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림 속 검은색이던 히피펌 머리가 핫핑크로 물들더니 어느덧 소파까지 알록달록해졌다.


청량한 블루 소파에 네온 핫핑크 꽃이 활짝 피었다. 배경음악으로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가 흘러나온다. 노랑의 소용돌이에 기운을 빼다 결국 제법 잘 어울리게 된 고양이와 노랑 빛, 나와 핫핑크 꽃무늬.


나와 핫핑크 꽃무늬

파랑 고양이야

노랑 빛이 스미는

포근한 소파가 되었구나.



keyword
이전 01화삽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