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크루 바스락의 금요문장 (2025.11.28)
스물 다섯 해를 살도록 삶에 대해 방관하고 냉소하기를 일삼던 나는 무엇인가, 스물다섯 해를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무엇에 빠져 행복을 느껴본 경험이 없는 나, 삶이란 것을 놓고 진지하게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본 적도 없이 무작정 손가락 사이로 인생을 흘려보내고 있는 나, 궁핍한 생활의 아주 작은 개선만을 위해 거리에서 분주히 푼돈을 버는 것으로 젊음을 다 보내고 있는 나.
<모순> 양귀자
나의 문장
나이가 들면 삶은 자연스럽게 풍요로워지는 줄 알았다. 손안은 여전히 비어 있고, 꿈은 꿔보지도 못했다.
하루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결승선만 보고 뛰었다. 달려도 결승선은 보이지 않았고
또 다른 시작점만 반복되었다. 행복보다 치열함이 나의 이십 대였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 푼돈은 여전히 푼돈이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다. 발바닥만 보고 달렸던 이십 대의 현실은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했다.
문장 이어가기
지금으로부터 삼십 년은 지난 이야기다. 친구들은 컴활(컴퓨터활용능력)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고
엑셀이며, 파워포인트를 배우던 그 시기 나는 자동차 정비에 관심이 있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뺀찌를 돌리고 옷에 기름때를 묻혔다. 짧은 머리에 정비복을 입고 있었지만, 빛이 났었다.
그 시절의 나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며칠 전 인사팀에서 타 부서 전기차 입찰 관련 서류에 전기 관련 자격증 보유자 인력 현황을 제출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의 인적 사항과 자격증을 제출해도 되냐는 문의였다. 싫다고 할 명분도 없고 더구나 신사업 입찰 관련 서류라는데 마다할 수 없었다. 자격증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비 오는 오전 공단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자격증, 앳된 어린 친구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남들이 쓸모없다던 자격증은 긴 시간
쓸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뚱딴지같았던 내 행보의 증거가 되어준 자격증이 이제야 빛을 보는 건가?
감해가 새로웠다. 그때 나는 무작정 그렇게 빛이 났었다.
지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인생이 나중에 다가올 나에게 큰 힘이 되고 보물이 될 수 있습니다.
잘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꿈꾸는 일상이 되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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