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이었다. 우빈이가 저 돌멩이를 들고 온건. 도깨비방망이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돌멩이인데 하루 한 번씩 원하는 물건을 이야기하면 그 물건이 뚝딱 나온다. 대신 아이인 우빈이가 말해야만 소원을 들어준다. 우빈이는 오늘도 돌멩이에게 어떤 걸 받을지 생각하느라 방에 틀어박혀있다.
처음 우빈이가 돌멩이를 들고 온 날, 원하는 장난감을 말하자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돈을 쓰지 않고도 우빈이가 갖고 싶은 걸 다 가질 수 있다니.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 때마다 사주지 못한 게 속상했었는데. 돌멩이가 장난감을 쏟아낼 때마다 기뻐하는 우빈이의 표정을 볼 때면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다. 그리고는 내일은 뭘 말해볼까 같이 고민하며 즐거워했었다. 우빈이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갖고 싶은 걸 너무 쉽게 갖게 된 우빈이는 아주 우쭐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아닌 자신의 말에만 반응하는 돌멩이이다 보니 소유자인 우빈이가 집안의 대장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밥을 먹으라고 불러도, 씻으라고 말해도 도통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슬슬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저녁 먹자. 이우빈" "싫어. 배 안 고파." "제때 밥을 안 먹다간 병 나. 키도 안 큰다니까. 그런 건 돌멩이도 바꿔주지 못해." "몰라. 키 안 커도 돼." "우빈아, 계속 이러면 엄마는 저 돌멩이를 너한테서 떼버릴 수밖에 없어. 밥은 먹어야지." 그때 우빈이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어? 돌멩이를 나한테서 뺏는다고? 싫어. 말도 안 돼. 엄마 나빠. 나가!" 엄한 목소리로 혼을 내자 우빈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악을 써대며 나를 힘껏 방 밖으로 밀쳐냈다. 그러더니 방문을 걸어 잠 갔다. "이우빈 , 문은 잠가도 열 수 있어. 얼른 열어." 우빈이가 스스로 방문을 열길 바라며 설득을 했다. 대답이 없다. 결국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이. 이게 뭐야."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주저앉았다. 방 문을 열고 마주한건 단단해 보이는 철벽. 망치로 두드려도 찌그러지거나 깨질 것 같지 않은 정말 튼튼해 보이는 철벽이다. 주먹으로 두드리며 불러도 우빈이는 아무 대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