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 탈출기 - 영원한 것은 없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내 정신과 상담의 첫 시작은 진짜 열심히 산 나에게 왜 하필 이런 일이 일어난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쉬지 않고 달려오고, 어쩌면 도망쳐오고 있던 나에게 그날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은 날이었다.
정신과에서 약을 먹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나약한 사람들이나 우울증에 걸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나라니 스스로를 부정하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알던 나는 강하고 씩씩한 사람이었는데 이런 곳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첫 상담 중 복약에 부정적인 나에게 의사 선생님께서 약을 먹는 건 브레이크를 거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상담이 끝나고 스스로로 임상실험이라도 하듯 약을 먹고 일부러 우울한 생각을 해보았다. 신기하게도 아무리 해도 우울한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인간이란 참 단순한 동물이 아닌가. 약 하나로 이렇게 쉽게 통제되다니.
그때까지도 나는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곧 예전의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안다. 우울은 단순히 지나가는 감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던 나의 강함이라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약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실 부끄러웠다. 내가 이런 도움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있었다. 끝없이 떨어지는 것만 같던 추락이 멈춰진 것 같았으니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된 기분이었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질식하며 살아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 숨을 쉬게 된 것이 아니라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것과 같았다. 약이 주는 안정감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 자신의 힘으로 호흡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치 중환자실에 누워 기계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처럼, 나는 약이라는 장치에 의존해서만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다. 그것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언젠가는 이 호흡기를 떼고 스스로의 힘으로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강박이 마음속에 생겼다.
그 강박은 때로는 나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약에 의존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 빨리 원래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또 다른 짐이 되어 내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회복이라는 것이 단순히 예전 상태로의 복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