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스 SCM본부 리더 치호님 인터뷰
‘구조’와 ‘표준’은 단순히 일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복잡한 업무를 단단하게 연결하고, 예측 가능한 흐름을 만들어내며, 모두가 같은 언어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의 기반입니다. 부스터스 SCM본부를 이끌고 있는 치호님은 바로 그 기반 위에 구조를 세우는 사람입니다. 대기업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고민하던 시절부터, 당구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구조화하며 창업을 했던 경험까지. 부스터스에 합류한 이후에도 그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설계하고, 흩어진 조각들을 연결하며 단단한 시스템을 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치호님과 함께 부스터스 SCM본부의 여정, 구조화의 철학, 그리고 글로벌 전환기를 준비하며 겪는 도전과 변화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부스터스 SCM본부를 이끌고 있는 유치호입니다. 2021년 3월, 예전에 함께 일했던 분의 소개로 부스터스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최종 입사 전 대표님과 미팅을 하며 회사의 방향성과 확장 전략에 대해 들었는데요, 단순한 비전이 아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이 조직이라면 제 경험과 역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 확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구조화와 효율화'에 상상 이상으로 진심인 사람입니다. 첫 커리어였던 현대모비스에서는 생산성과 동선을 개선하는 생산관리 업무를 맡았고, 이후에는 당구라는 취미를 데이터화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IT 솔루션을 직접 개발해 창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의 움직임을 측정하기 위해 센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시각화한 앱을 개발한 경험은, 지금의 SCM 시스템 설계와도 연결되어 있어요.
부스터스에 합류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실행력 있는 조직 문화, 부서 간 유기적인 협업, 그리고 스스로 구조를 만들어 정착시킬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COO/CFO이신 용호님이 이런 비전에 공감해주시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시기에, 계속해서 팀과 함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다닐 때, "내 일, 네 일 따지려는 사람은 스타트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실제로 부스터스에 와보니 정말 그 말이 맞더라고요. 전사 인원이 15명 정도였던 시절, 맡겨진 일의 무게와 분야를 따지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브랜드 론칭 전엔 인플루언서 팀장으로 공동구매 커머스 프로세스를 설계했고, 자동화 업무도 병행했습니다. 이후 전략기획 파트로 이동해 채용 페이지와 온보딩 페이지를 만들고, 신규 크루의 컴퓨터 세팅까지 맡았어요. 브랜드 운영사로서 기초를 다지는 일들을 했었죠.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 SCM 역할이 필요해졌어요, 처음에는 혼자 SCM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품번 규칙, 창고 이관, 재고 실사, WMS(창고 관리 시스템) 연동, BOM(제품 구성표) 설정까지 직접 고군분투하며 세팅해나갔고, 이후 한 분씩 SCM에 합류하시며 지금은 18명의 팀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조직이 커졌지만 여전히 업무를 유기적으로 보완하고, 서로의 일을 이해하며 함께 일하는 문화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보통 이커머스에서 SCM이라 하면 생산, 물류, 품질, CS를 생각하실 텐데요. 저희 팀도 그 모든 영역을 맡고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운영의 '구조를 설계하고 표준을 세우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 품번이나 BOM, 원가 같은 기초 데이터가 명확히 표준화되지 않으면 각 부서가 같은 언어로 일할 수 없어요. 이 표준은 단지 관리의 편리함을 넘어서, 데이터가 마케팅에서 판매, 생산, CS로 이어지는 전 과정 속에서 일관성과 연결성을 갖도록 만드는 ‘열쇠’ 역할을 합니다.
저희는 각 부서의 업무 흐름을 분석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자동화 포인트를 찾아 연결합니다. 결국 SCM본부는 판매보다 뒤에 있지만, 판매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전체 흐름을 설계하고 조직의 효율성과 연결성을 높이는 중요한 축을 맡고 있어요.
세가지의 사례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하나같이 무엇 하나 뺄 수 없는, 정말 기억에 남는 사례들이거든요.
사례 1: 흩어진 창고를 하나로, ‘운영 창고 통합 관제 시스템’
부스터스는 국내 2개 창고뿐 아니라 북미 3PL, FBA, SBS 등 다양한 국가와 채널의 창고를 활용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입출고나 재고 현황을 확인하려면 각기 다른 시스템에 일일이 접속해야 했습니다. 조회 시점도 다르고, 업무량도 많다 보니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죠.
그래서 Tech팀과 협업해 각 창고의 API를 저희 자체 솔루션에 연동하고, 모든 현황을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구축했습니다. 지금은 입출고 지시는 물론 재고 현황, 품절 예상 시점까지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마케팅 기획이나 발주 운영의 효율성이 정말 많이 높아졌습니다.
사례 2: 일주일 걸리던 일을 하루 만에, ‘원단사 색차계 승인 절차’
봉제 업계에서는 '탕차이'라고 부르는 원단 간 색상 차이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예요. 특히 세트 제품은 이 색상 차이 때문에 클레임이 종종 발생했죠.
기존의 해결방법은 원단사에서 샘플을 본사로 보내고, 저희가 표준 색상과 비교해 승인한 후 다시 생산사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대구에 있는 원단사와 서울 본사 간의 거리 때문에, 이 단순한 확인 절차에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래서 색을 디지털로 측정할 수 있는 ‘색차계’를 원단 공장에 직접 도입하고, 공장에서 바로 합불 여부를 확인한 뒤 데이터를 저희가 즉시 받아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거의 2주간 밤새며 개발한 시스템인데요, 덕분에 이제는 단 하루 만에 판단이 가능해져 생산 리드타임을 크게 줄일 수 있었죠. 현장도 '빠르고, 간단하며, 객관적'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요.
사례 3: 네 시간 걸리던 B2B 출고 업무를 5분으로, ‘출고 리스트 자동화’
쿠팡이나 컬리 같은 B2B 채널의 발주는 SKU별 소량으로 여러 센터에 각기 다른 기준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복잡하죠. 한 박스에 여러 SKU를 함께 포장해야 하는 일도 잦고요.
어느 날, 한 크루가 특정 채널의 이 발주 처리에만 4시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는 걸 보게 됐습니다. 옆에서 일주일간 그 업무 흐름을 보며, 클릭하는 위치, 엑셀 양식의 특징, 계산 방식 등을 모두 분석했어요.
이후 발주서를 자동으로 읽고, 5분 내로 처리 되도록 웹 자동화 솔루션을 직접 구현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단순 반복 업무는 거의 사라지고, 훨씬 더 의미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SCM 관점에서 제품을 만드는 '생산사'는 앞단, 재고를 보관하고 출고하는 '물류사'는 뒷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SCM본부가 부스터스 내부의 데이터 흐름을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조직 내부를 넘어 큰 범위에서의 '앞단'과 '뒷단'을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방향이 있어요.
첫째, 글로벌 창고를 추가 확장하고 이를 통합 관제 시스템에 녹이는 일입니다. 국가별로 최적의 창고를 자동 배정하고, 재고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둘째, 판매 실적을 각 채널의 기획 포맷에 맞춰 가공해 마케팅팀이 KPI 설정과 기획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셋째, 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요 생산량을 예측하고, 이를 원부자재사까지 선제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입니다. 이 세 단계를 모두 구현해 나가며 글로벌 이커머스 SCM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표준 프로세스를 철저히 지키는 것'입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공유되는 정보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작은 오류가 SCM본부에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수립한 프로세스는 단계별로 자동 검증할 수 있도록 툴을 만들었고, 각자 오류를 인지하고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이런 정보의 신뢰성이 확보되면 협업은 자연스럽게 효율적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동시에, 표준만으로는 완벽할 수 없기에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고려하는 문화’를 강조합니다.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넘어, 그 일이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항상 피드백하고 공유해요. 단순히 업무를 완수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의 파급력을 함께 인지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부스터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월 단위로 증가하는 생산량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신제품 개발과 직전 월 매출과 맞먹는 프로모션 대응, 폭발하는 물동량 안정화, 70개국으로의 수출 공급망 최적화 등 계속해서 더 큰 시야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과제들이 생겨납니다.
리더로서 저는 팀원들이 이러한 성장의 기회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합니다. 부스터스는 전사 DB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가 직접 SQL 쿼리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합니다. 덕분에 전사 인원의 50%가 넘는 인원이 SQL을 사용할 정도의 문화가 정착되었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소통을 지향합니다.
데이터 교육은 단순히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한다'는 의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100여 개가 넘는 테이블을 확인해가며 다른 팀에서 어떤 정보들이 산출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우리 SCM의 결과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됩니다. 제가 계속 말씀드렸던 '정보의 연결성'과 '시야의 확대'를 직접 경험하며 성장하실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개선 포인트를 스스로 발굴하고,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며 성취감을 얻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SCM본부는 퍼즐을 맞추는 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여러 부서에서 나온 데이터들, 생산, 물류, 품질 현황 같은 파편화된 자원들을 퍼즐처럼 조합해서 인사이트를 발굴하거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 퍼즐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발견된 조각들이 어떤 부분과 맞닿아 있는지 스스로 파악해가며 계속 다른 조각들로 시야를 넓혀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팀원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조각들을 발견하고, 각자 찾은 조각들을 조합해가며 '하나의 완성된 판'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판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죠. 그렇기에 스스로의 영역을 한정 짓지 않고 지속적으로 넓은 범위의 조각까지 찾으려는 태도, 그리고 동료가 찾은 조각을 무시하기보다 어떻게든 의미 있도록 함께 만들어나가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 인터뷰를 준비하며 저희가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부스터스 SCM본부는 한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넘어, 그 전문성을 구성하는 각 요소를 프로세스에 녹여내고, 전사 표준, 나아가 글로벌 이커머스 SCM의 표준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고, 흩어진 조각을 모아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일에 희열을 느끼시나요? 자신의 전문성으로 단단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료들과 함께 그 시스템이 전사의 성장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싶은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스터스 SCM본부의 다음 여정을 함께 만들어갈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Interviewee |Chi Ho Yoo
Editing, Photo |Yun Jeong 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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