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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하면서 돈 벌었습니다.

40대 나의, 먹고사는 이야기

by 크런치바

'집에 있는 엄마는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자주 했던 생각이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우리는 거의 쭉 외벌이 집이었다.


철이 없을 땐 아무 상관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 나가는 모습을 보니 결국 나도 철이 들었고 뒤늦게 경제관념이 생겼다. 물가는 나날이 오르는 이 시대에 아들 둘을 외벌이로 키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그때야 깨달았다.


(가끔 '경제관념 없이 철없던 그때가 좋았을 때다.' 생각이 든다.)


그래서 빨리 뭐라도 해서 돈을 벌고 싶었는데, 아이들 곁에 머물며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나의 인생 체력 또한 대단하지는 않았다. 이것저것 기웃거려도 월 100만 원 버는 일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저기 나가는 돈들을 보며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모른다. 돈 좀 안 나갔으면 좋겠는데, 애태울수록 돈은 계속 나갔다. 애가 타고 애가 타던 어느 날, 더는 이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집에서 돈을 벌자!'


생각해 보니 방법이 하나 있었다. 돈을 쓰며 해결하고 있었던 것들 중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면 직접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돈을 버는 게 되는 거니까.


갑자기 해결책을 찾은 듯한 기분에 부지런히 가계부를 들여다보니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밥'이었다. 애들이 어리다 보니 힘들어 종종 기댔던 외식이나 배달음식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밖에서 벌어오기 힘들면 안에서 벌자는 마음으로, 나는 그때부터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거의(?) 끊고 열심히 밥을 하기 시작했다. 마트에 한 번 가면 왕창 장을 보던 습관도 고쳤다.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부터 먹은 후 장을 봤고, 장도 매주 꼭 필요한 만큼만 봤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원래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40이 다가오는 나이에 철이 들고 나니 나도 돈 욕심이 생기는 거다. 그 마음으로 밥을 참 열심히 했다.


덕분에 식비가 정말 많이 줄었다. 밥 하기 귀찮고 힘들어서 시켜 먹었던 자장면이나 김밥, 피자 등의 비용이 모아 놓으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맛에 자신이 없어서 사 먹었던 찌개나 요리들도 인터넷 황금 레시피를 보며 자꾸 만들었다. 정말 먹을 만한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괜히 황금 레시피가 아니었다.


먹을 만한 음식들을 알뜰히 푸짐하게 차려놓으면 참 뿌듯했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우리 집 남자 셋이 잘 먹어준 덕도 크다. 그 덕에 나는 지치지 않고 밥을 했고 여전히 거의(?) 외식을 끊고 살고 있다.


물론 주말 아이들과 나서는 나들이 등에서 필요한 외식은 곁들이고 있다. 그래서 '거의'라는 표현을 썼다. 콧바람 쐬는 날 먹는 외식은 내게도 기쁨이자 약이다.


요 며칠은 먹고 있는 감기 알레르기 약 때문에 몸이 무척 피곤해 정말 밥 하기가 싫었다. 이런 고비는 여전히 찾아온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집에 있으면서 뭐 하나 시켜 먹거나 나가서 먹을까 유혹도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또 밥을 했다.


집에 있는 빵과 채소, 닭가슴살을 모아 샌드위치를 만들고, 김치볶음밥도 만들었다. 참치 콩나물밥에 북엇국 등 소박하지만 집밥다운 밥으로 삼시 세끼를 채웠다.


하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하면 참 맛있는 게 집밥이다.


나는 오늘 저녁도 외출 후 찾아오는 피곤함과 귀찮음을 털어내고 밥을 했다. 주꾸미를 볶고 계란찜을 했다. 정신없이 먹어대는 아들 탓에 주꾸미는 몇 개 못 먹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맛있게 밥을 먹는 가족들을 보면 뿌듯하고, 귀찮아서 잠시 고민했던 배달 음식 비용을 아낀 것도 그렇게 만족스럽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밥을 하면서 돈을 번 거다.


'밥 하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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