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웹소설

■ 웹소설 6화ㅡ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by 시인 권태주

아래는 웹소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 6화’ 입니다.

5화의 분위기와 서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손흥민이 말 대신 실력으로 대응해 온 이유, 인종차별과 “눈 찢는 세리머니”에 대한 그의 침묵, 그리고 트럼프와의 대화를 통해 세계가 들어야 할 메시지를 담아 구성했습니다.

---


6화.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백악관의 비밀 회의실.

조용했다.

손흥민은 침착한 표정이었고, 트럼프는 손흥민의 방금 전 말 한마디—그를 30초 동안 침묵하게 만들었던 그 문장—을 곱씹고 있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겁니까?”

트럼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잠시 숨을 골랐다.


“대통령님, 저는 축구 선수입니다. 제 무기는 말이 아니라… 골입니다.”


트럼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흥민은 조용히 고백하듯 말을 이었다.


“저는 경기장에서 수없이 인종차별을 당했습니다.

눈을 찢는 동작, 원숭이 소리, 동양인 비하…

처음엔 화도 났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 멈춰 서서 언쟁하기보다,

골을 넣어 조용히 돌아서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손흥민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다를 뿐, 틀리지 않습니다.

인종도, 언어도, 피부색도… 저의 실력을 결정하지 못하니까요.”


트럼프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표정엔 처음 보는 진심이 묻었다.


“그래서 침묵한 건가요?

항상 웃는 얼굴로, 아무 말도 안 하고?”


“네.

그러나 침묵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저는 ‘실력’이라는 언어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조롱해도,

저는 골로 대답했죠.”

---


트럼프는 느리게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흥미로운 관점이군요.

요즘 미국도 인종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이 있을 겁니다.”


“대통령님.”


손흥민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공격합니다.

그런데 사실 ‘다름’은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더 깊이 볼 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트럼프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요?”


손흥민은 환하게 웃었다.


“답은 간단합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

그게 첫 번째입니다.”


트럼프는 한쪽 눈썹을 올렸다.


“둘째는?”


“‘다름’을 인정하면,

상대의 재능도, 문화도, 가능성도 보이죠.

그걸 보는 눈을 가진 나라가

진짜 강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손흥민을 주시했다.


“흥민 씨는 그런 나라를 꿈꾸는 건가요?”


손흥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통령님도 그런 나라를 원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


트럼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손흥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 선수.

당신은 단순한 축구 선수가 아니군요.

당신은 침묵으로 말하고,

골로 증명하고,

존중으로 세상을 가르치는 사람이에요.”


손흥민도 손을 맞잡았다.


“저는 그저…

저와 같은 아이들이

인종차별을 참고 견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할 뿐입니다.”


“말이군요.”

트럼프가 웃었다.

“이건 기사로도 내보내지 못하겠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손흥민도 미소로 답했다.


“대통령님,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무엇이든 말해보시오.”


“이 문장을…

미국의 아이들에게도 전해 주세요.”


손흥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통해 성장한다.”


트럼프는 다시 침묵했다.

그러나 이번 침묵은

멈칫거림이 아닌,

이해와 존중의 의미를 담은 침묵이었다.

---


회의실 문이 열리며

조용히 끝난 비밀 회담.


손흥민은 백악관을 나서며

기자들의 플래시 대신

섬광처럼 떠오르는 또 다른 장면을 떠올렸다.


관중석에서 자신을 향해 눈을 찢는 동작을 하던 관중들.

그 앞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골망을 흔들고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렸다.


그 침묵이 오늘,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제,

그 침묵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손흥민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같은 문장이 되뇌어지고 있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