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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일어나라!

7. 숙제하기

by 한평화

수업 후 복희가 집으로 와보니 딸 정희가 집안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엄마, 부산으로 떠나기 전에 앨범 정리 끝내주고 갈 게.”

정희는 부엌에서 거실로 오더니 앨범을 모두 꺼낸다.

“엄마, 외할머니 사진이야. 너무 곱고 예쁘다. 엄마도 젊다. 모녀지간이 정말 미인이다. 내 얼굴은 이게 뭐야?”

“또 시작이다. 제발 불평하지 말고 남의 속 극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자. 너도 엄마 닮아서 미인이야.”

“아냐, 나는 엄마처럼 양쪽 쌍꺼풀이 없잖아. 한쪽만 있으니까 속상해. 수술할까?”

복희는 못 들은 척하였다. 딸과의 긴 대화는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복희는 본인의 어머니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힌다. 고생을 낙으로 삼았던 어머니, 우리 일곱 자매를 잘 키웠던 어머니. 시동생인 작은 아버지 대학까지 보내시고, 동네 비렁뱅이들 밥도 잘 챙겨주었던 우리 엄 마!

“엄마, 나 어릴 적 사진이야. 내 것은 내가 챙겨야지.”

“우리 욕심쟁이 공주님! 드디어 들통이 났네. 앨범 정리해 주는 이유가 자기 사진 가져가려는 속셈이었구나.”

“엄마, 내가 챙겨가도 내 사진은 전제 가족사진에서 볼 수 있어.”

정희가 우는 사진이 보였다. 복희는 언제 찍었던 사진인지 기억을 해보려 하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복희가 보는 사진을 딸이 확 낚아채더니 엄마는 나를 자주 울렸구나, 하며 엄마를 흘겨본다.

“정희야, 이쯤 해서 앨범정리는 그만 두자. 나머지는 내가 할게. 앨범 보다가 우리 다정한 모녀가 싸움 나겠다.”

우리가 다정한 모녀라고? 정희도 웃으며 일어난다.

“엄마, 이 쓰레기는 내가 버리고 갈게. 엄마는 좀 쉬세요.”

정희는 다음날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여기는 소설반이다.

재잘거리며 들어오는 학생들, 선생님에게 인사하며 감성이 있는 공원에서 수업하자고 건의한다. 복지관 옆 만민공원으로 모두 나온다.

“지난번 일기를 소설로 바꾸어 쓰기 숙제는 다 해왔나요?”

“네!”

“대답 안 한 학생 손드세요?”

“저요. 아직 못했어요. 일기만 간신히 썼어요.” 성욱이 대담한다.

“그럼, 소설은 다음에 하고, 오늘은 일기를 시로 바꾸어 써볼까요?

“네!” 수강생들 모두 합창한다.

“성욱 님은 하나 선택해 줄 수 있나요? 일기를 시로 바꾸기 좋은 걸로요. 나의 비밀과 정보가 없는 일기로 선택해요.

“어제는 베란다 너머 작은 언덕의 노을에 대해 일기를 썼어요.” 성욱이 말했다.

강사는 성욱의 A4 용지에 쓴 일기를 받고 읽는다. 참 좋네요. 서두 두 줄만 일기를 시로 바꿀 테니까 나머지는 성욱 님이 마무리하세요.

“제가요? 못해요?” 성욱이 발뺌을 한다.

“네? 일단은 시도를 해보세요.” 선생님이 독촉한다.

“재국이는 숙제해 왔나요?” 성욱이 말한다.

“재국이는 이제 숙제를 잘 해와요.”

“성욱아, 나는 상관하지 말고 네 글을 어서 읽어.” 재국이가 말했다.


노을


노을이 내 작은 언덕에 놀러 왔다

와! 황홀하다

날마다 왔었는데 몰랐어?


노을이 사라진다

가지 마

내가 가야 별님이 오니까


가면 만날까

우리 엄마별 아빠별

별님한테 물어봐


처음 두 줄만 선생님이 쓰고 나머지는 성욱이 썼다.

“와, 금방 잘 쓰네요. 수강생들에게 발표해 주세요.” 선생님이 말했다.

성욱은 부끄러워하며 시를 낭송한다.

수강생은 모두 일어나 손뼉 치며 감동이네요, 진솔하네요, 하며 손뼉 친다. 다른 수강생들도 각자가 쓴 시를 읊는다. 좋은 시가 많이 나왔다.

“마음에 와닿는 시가 좋은 시입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네!”

학생들 시를 써서 뿌듯하다며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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