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10. 진정성이 넘치는 수필
“안녕하세요? 오늘은 수필 낭독이 있는 날입니다.
수필이란 특별한 형식 없이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일기와 편지도 수필의 한 형태입니다. 오늘의 수필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와 ‘과수원 길’ 두 편입니다. 먼저 길순 씨 먼저 낭독하겠습니다.” 강사가 말했다.
“(웃으며) 안녕하세요? 이 글에서 가리키는 아버지는 나의 친정아버지예요. 아버지가 그 시절 관습대로 아들은 가르쳤고 딸은 일만 시켰어요. 그 딸이 자라서 제가 되었답니다.”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아버지, 천국에서 잘 지내셨어요?
이렇게 키워주셔서 고맙지만 사실 그때는 아버지를 원망했어요.
첫째는 오빠만 공부시키고 나는 국민학교 2학년까지만 공부시킨 점이고,
둘째는 내 뜻대로 결혼을 못하게 하고 어머니가 정해준 사람하고 결혼시킨 점입니다. 어머니와 저는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랐어요. 어머니는 외부 조건을 보았고 나는 외부와는 무관한 이상이 맞고 성실한 사람이 좋았어요. 최소한 나는 결혼하기 전에 국민학교 졸업은 하고 싶었어요.
낮에는 열심히 농사일을 하며 아버지를 돕고 어머니는 허리통증으로 힘을 못 쓰셨으니까, 저만 뼈가 빠지게 일했어요. 일하면서 틈틈이 오빠 책을 보았어요. 국어책에 나오는 이해 하지도 못한 시를 보고 감동이 와서 밤새 울었어요. 윤동주의 시였어요. 몇십 번 읽고 외워지니까 그때 이해가 왔어요. 시에 나온 역사적 배경을 알기 위하여 오빠 역사책을 보았어요. 그리고 그 나라에 대하여 울분을 터트렸어요. 다음에 지리책을 보았지요. 옆 나라를 잘못 둔 우리나라는 항상 준비해야 했어요. 언제 또 무슨 핑계를 대고 쳐들어올지 모르니까요. 오빠 책 모두를 몰래 거의 다 읽게 되었지요.
아버지는 옆집 논 두 필지를 더 샀지요. 그건 순전 내 노동의 대가였어요. 오빠가 공부를 잘하자,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이 부족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권유에 미국 유명한 공대로 유학을 보냈어요. 대학에서도 오빠는 1등을 놓치지 안 했어요. 오빠는 미국 최고 회사에 입사했어요.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따라온다더니, 오빠는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오빠의 유골이 작은 상자 안에 덩그러니 돌아오자, 아빠는 실신했지요. 입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일주일도 안 되었으니까요. 그 옆에서 허망한 꼴을 지켜본 나는 이대로는 못 살겠으니 시집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는 돈 많고 부잣집 남자를 원했고, 나는 현재는 부족해도 미래가 있는 남자를 원했어요. 엄마와 서로 다투다 보니까 쳐다보기도 힘들었고, 시집가기 전 엄마 소원도 들어줄 겸 엄마가 원하는 부잣집 남자와 결혼을 하였지요. 그는 생각도 꿈도 의지도 없는 갈대 같은 남자였어요. 허우대가 좋은 남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잘난 값을 톡톡히 했어요. 부자! 부자의 돈은 비눗방울처럼 금방 사라졌어요. 남은 것은 허탈한 마음뿐이었어요. 그러나 아버지의 외손녀, 두 딸은 학교 가기 전부터 자유와 성실, 평등을 가르쳤어요. 여자였기 때문에 더 열심히 가르쳤어요. 나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이제 제 갈 길을 각자 가고 결혼도 하였어요.
지나간 것은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어요. 저녁 농사일을 다 마치고 엄마가 준비해 둔 저녁 보리밥상, 상추쌈에 쌈장, 고추장, 고추, 된장찌개가 지금도 그리워요. 아무리 잘 끓여도 그때의 찌개 맛은 낼 수가 없어요.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깨달음을 주신 아버지께 감사해서입니다. 아버지 덕분에 교육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지금도 배우며 저를 새롭게 갈고닦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얼마 있으면 저도 천국으로 가게 되겠지요. 그때 거기서 만나고 싶어요.
저를 잘 키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동료들은 일어나 옛날에는 그랬다고 하며 기립하여 박수를 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길순은 눈물을 훔치며 거듭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재국과 성욱은 복도로 나왔다. 둘은 서서 가만히 있었다. 성욱은 눈시울이 붉혀졌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여동생이 생각났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동생을 바로 만나고 싶었다. 재국이 살며시 그의 곁으로 가서 어깨에 손을 얹는다. 잠시 후, 가방을 챙긴 성욱은 조용히 교실에서 나온다. 동생이 보고 싶었다.
“선생님, 길순 학생에게 질문해도 되나요?” 한 학생이 물었다.
“그럼요.” 강사가 답했다.
“길순 씨, 오빠나 아버지를 미워하지는 않았나요?”
“솔직히 원망은 많이 했으나 미워하지는 않았어요.”
“후에 오빠나 아버지한테 ‘미안하다’라는 소리는 들었나요?”
“네,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여러 번 들었지요. 오빠는 유학 갈 때, 내 앞에서 펑펑 울었어요. 나는 괜찮다고 하며 열심히 내 몫까지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했지요.”
“후회는 없으신가요?”
“전혀 없습니다. 그때가 그립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길순 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시간은 숙희 님의 수필 ‘과수원 길’ 낭독이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