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마술
일찍 주민센터에 도착한 재국과 성욱은 마술을 보여주기 위하여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수건, 장미, 카드를 준비한다. 예행연습도 실제처럼 했다.
재국과 성욱은 교탁으로 나가 큰 동작으로 인사를 한다.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성욱이 종이 한 장을 꺼내 구겨서 주먹으로 쥔다. 오른손으로 바람을 일으킨다. 수건은 작은 색종이가 되어 교실을 날아다녔다.
수강생은 “와~ 잘한다.”하며 눈을 크게 뜨고 다음 마술을 기다린다.
성욱은 잠시 기다리다가 학생들을 한번 훑어본 후 재빠르게 옷소매를 살짝 건드리며 장미 한 송이를 꺼내 선보인다. 성욱은 장미를 길순에게 준다. 길순은 얼굴이 빨개져가지고 장미를 받고 좋아한다.
“길순아, 진짜 장미야?”하고 물으며 학생들은 서로 장미꽃을 만져보려고 한다. “그래, 감촉이 부드러운 장미꽃이었어.” 누군가 대답했다.
재국도 성욱을 따라 여러 동작을 취하며 옷소매를 만진다. 소매에서 뭔가 걸렸다. 다시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시도한다. 옷소매에서 빨간 카네이션이 바닥이 떨어진다. 재국은 어쩔 줄 몰라하며 재빨리 줍고 앞줄에서 박수를 열심히 쳐주었던 복희에게 정중히 바쳤다. 학생들이 다음에는 나에게도 줘 봐, 하며 큰소리치며 웃는다.
이제 마지막으로 카드놀이가 남았다. 재국은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성욱은 그래도 해보자며 재국에게 설득한다. 성욱의 카드가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한고비는 넘긴 듯 미소 짓는다. 재국도 웃으며 성욱을 따라 한다. 성공했다.
이번에는 수강생이 카드를 뽑아 성욱에게 건넨다. 다이아몬드 6이지만 성욱은 모른다. 받은 카드를 잘 섞는다. 성욱은 자신에게 주었던 바로 그 카드를 찾아 보여준다. 수강생이 놀라며 박수를 친다.
재국이 역시 따라 한다. 수강생은 킹을 뽑았고 카드를 재국에게 건넨다. 카드를 잘 섞는다. 부지런히 카드를 섞는 재국의 손이 떨린다.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뽑았다. 킹이 아니었다. 학생 모두는 일어서서 큰 박수를 보낸다. 재국의 얼굴이 빨개졌다. 재국은 성욱보다 더 큰 응원의 박수를 받는다. 학생도 성욱도 폭소한다.
시끄럽게 한참을 웃자 복도 옆 수채화반 수강생들이 궁금하여 모두 나와 유리창 너머로 구경한다.
학생들이 말했다. “마술 연습이 있었나 봐. 재미있었겠다.” “무슨 마술을 부렸데?”
강사가 웃으며 말한다. “지금은 수업 중이니까 교실로 들어가세요.”
재국이 강사를 보았다. “강사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실수에 사과드립니다. 진작 사과드렸어야 하는데 만날 수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강사가 화답한다. “누구신지, 마술복을 입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지난번 미술시간에 물통을 찼던 학생인데... 죄송했습니다.” 재국은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아~ 그때 그 물통, 아니요. 괜찮습니다.” 강사도 물통 찬 일을 생각하며 웃었다. “많이 변했군요. 소설반이 좋긴 좋은 반인가 봐요.”
재국이 대답했다. “네~ 좋아요. 미술반도 좋아요. 미술이나 마술이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거는 똑같아요.” 인사를 하며 후다닥 소설반으로 들어간다.
강사와 수채화반 학생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