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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일어나라!

13. 리라와 십자가

by 한평화

소설반 강사가 말했다.

“마술로 멋진 공연을 해주신 재국, 성욱 님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냅시다.”

수강생들은 모두 웃으며 박수를 쳤다.

이제 수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하며 강사는 출석을 불렀다.

나가려는 복희에게 재국이 다급히 닦아왔다.

“복희 씨? 부탁이 있어요. 교회에서 마술을 배우는데, 마술시간을 안 빼먹고 잘 배우고 싶어서요.”

“교회에서 마술을 배워요? 그래서요?” 복희가 다정하게 물었다.

“혹시 유치원에 가서 리라 데리고 교회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만 드려서 항상 미안해요.”

“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그럼 저는 성욱이랑 배우러 갑니다.” 인사를 꾸벅하고 재국은 떠났다.


“할머니, 언제 왔어? 혼자?” 리라가 유치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유치원 선생님이 리라와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 리라를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우리 할머니예요. 멋있는 할머니예요.”

“멋있는 할머니, 리라는 참 좋겠구나!”

“그럼요. 날마다 신나요.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리라가 고개를 숙였다.

“리라야, 할아버지는 마술 배우러 일찍 교회에 가셨어. 우리 할아버지한테 가자.”

복희는 리라를 데리고 재국이가 말한 교회 교실로 찾아갔다.

“어! 저기 할아버지 있어. 할아버지 손에서 장미가 나오네. 아! 예뻐라.”

재국은 창문너머 리라와 복희를 보았다. 문을 열고 재국이 장미를 리라에게 주었다.

“어라, 장미에 가시가 없어. 다치지 않게 누가 다 가시를 뺏나 봐.”

“복희 씨 미안해요. 곧 끝나니까 리라 데리고 교회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어요.”

“네, 알겠어요.”

“할머니, 저 십자가에 있는 사람이 예수님이야?” 리라가 물었다.

“응, 어떻게 알았지?”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책 읽어주었어. 우리의 죄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고. 사람들이 장미의 가시를 예수님 머리 위에 모두 모아 두었네. 머리에서 피가 나요. 아프겠어요.”

“리라야, 예수님은 아무 잘못도 없었단다. 우리가 잘못이었지. 왜 울어?”

“할머니, 예수님이 불쌍해서 자꾸 눈물이 나요.”

“예수님은 제자들에게도 배신만 당했어. 제자 중 하나인 유다가 스승을 팔았어.”

“예수님을 팔아? 왜?” 리라는 머리를 가로저으며 울었다.

“바보짓만 하는 스승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

“바보짓?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배신만 당하고 떠났네. 제자들도 각자 떠나고. 모두 불쌍해.” 리라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더 크게 소리 내며 울었다.

복희는 리라를 달래 보지만 소용없었다. 우는 리라를 데리고 나와 벤치에 앉았다.

멀리서 재국이 뛰어오며 우리 손녀 여기 있었네, 하며 안아주었다.

“재국이 손녀구나! 엉엉 우는 모습도 예쁘네.” 하며 성욱이 말했다.

“리라가 예수님을 보고 울었어요. 사람들이 장미 가시를 모두 예수님 머리에 얹어 가시에 찔려 피가 난다고요.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이 불쌍하다고 계속 울어요.”

“그래서 울었어? 지금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천국에 있는 하나님 옆에 계셔.”

“예수님은 하늘에서 우리를 다 보고 계실까?”

“그럼, 하늘에서 우리들도 다 보고 세상일도 보고 계시지.”

“그러니깐 리라야, 우리 밥 먹으러 갈까?” 성욱이 말했다.

“할머니, 아무리 애써도 울음이 안 그쳐져요.”

“이리 와, 엎어 줄게.” 재국이 리라를 엎어주었다.

“어이, 교회 십자가가 보이도록 앞에 서봐.”

“석양과 십자가와 손녀와 함께” 성욱은 폰으로 리라를 엎은 재국을 찍어주었다.

“액자로 잘 만들어 줄게. 좋은 추억이 될 거야.”


재국은 리라를 내려 식당에 있는 어린이 의자에 앉힌다. 복희가 리라 옆에 앉아 눈물 자국을 닦아준다. 리라의 눈은 부어있었다.

“예쁜 리라는 무엇을 좋아할까?”

“할머니, 나는 뭘 먹을까요? 골라 주세요.”

“오늘도 멋있는 하루였어요.” 성욱이 말했다.

“네, 덕분에 마술도 구경하고 재미있었어요.”

“복희 씨! 나는 인생을 서툴게 살아왔어요. 내 고집대로만 살아온 것이 후회돼요. 복희 씨를 알고 주식도 끊고 마술도 배우게 되었어요.” 재국이 진정으로 말했다.

“내가 본 재국의 일생 중 제일 의미 있게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성욱이 말을 보탰다.

“리라를 돌보는 것이 힘들었는데 복희 씨 만나고 기쁨이 되었어요. 리라 덕분에 복희 씨와 더 친해진 거 같아서요.”

“나도 복희 씨를 알고 하루가 지루하지 않고 행복하답니다.” 리라가 할아버지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리라야, 어른이 말하는데 따라서하면 안 돼요.” 재국이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할머니,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던 주식을 왜 끊었냐고 할아버지한테 물었어.”

“그랬더니?”

“할머니한테 잘 보이려고 할아버지가 주식을 끊었대.”

“그럼 그렇지. 내가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었지.” 성욱이 웃으며 말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재국과 성욱이 서로 돈 계산을 한다고 다투자, 재치 있는 복희가 한쪽에서 조용히 계산을 한다. 재국과 성욱, 복희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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