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변하지 않는 사람의 내면에는 교만이 꽈리를 틀고 있어
다음 날 오후, 복희는 베란다에 나와 10층과 11층을 기다렸다. 그들이 보이자 복희는 현관을 나와 그들 뒤를 따라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10층이 물었다.
“글쎄, 있을 거야.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왔으니 그냥 이대로 살겠다는 뜻이지.”
“남의 말에 공감하지도 않고, 잘못된 것도 고치지 않는 사람이지.”
“맞아, 살다 보면 이건 아닌데 할 수 있는 것들을 자기와 상관없다고 방치하는 거지.”
“그런 사람 대부분은 피해자 의식이 있어. 감정적이고 고정된 사고방식을 고수하지.”
“우리 형부가 그렇게 살았어. 잘못한 탓을 언니에게 몰고 언니가 문제라서 이렇게 되었다고 했지. 열심히 일은 안 하면서 언니를 비판만 했어.” 11층이 대답했다.
10층이 안타깝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언니는 그런 상황을 잘 이겨냈어?”
“한참은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했지. 지금은 누구를 만나더니 잘 넘어가고 있어.”
“궁금한데, 그 사람이 남자야?”
“아니, 언니 앞집에 사는 할머니야. 같이 교회도 나가고 하더니 잘 이기는 것 같아.”
“잘 되었네.” 10층이 안심이라는 듯이 대꾸했다.
“그래서 너한테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 언니가 변화된 이유가 궁금했거든.”
“지난번에는 성경에 나오는 니고데모와 베드로의 심정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했어.”
“맞아, 사람은 그렇게 좋은 쪽으로 변해야 정상이지.” 11층이 대답했다.
“혹시 가롯 유다라는 사람이름은 들어봤어?” 10층이 물었다.
“은 30냥에 예수를 팔았던 사람 아니야? 문학작품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나오지.”
“잘 아네, 그럼 그때 당시의 일을 내가 상상으로 대본을 쓸 게. 들어 봐줘.”
“신났네, 예수이야기가 그렇게 좋아? 어서 말해. 나도 궁금하네.”
유다는 혼자 생각했다. 저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일까? 이렇게 기적을 많이 행하고 내 맘을 꿰뚫어 보는 것을 보면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야. 예수도 말했어.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그런데 나하고는 전혀 맞지 않아. 나는 힘으로 저 로마인을 물리치고 이 유대를 독립시키고 높은 자리를 꿰차야 하는데, 답답해 미치겠어.
내가 예수를 배신할 줄을 알고 이 빵을 먹는 자가 나를 팔 자라고 말하며, 나에게 빵을 주었고, 나는 덥석 받아먹었어. 가슴이 뜨끔했어. 예수를 어떻게 처리할까?
“네가 예수를 팔면 은 30냥을 줄 것이다.” 로마인과 종교지도자기 말했다.
“내가 그의 옷자락을 만질 것이다.” 유다가 말했다.
“여기 은 30냥을 받아라.”
유다는 포박되어 끌려가는 예수를 보았다.
“아 예수님, 내가 잘못했어요. 당신은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었어요.”
유다는 제사장에게 찾아갔다.
“내가 죄 없는 예수를 죽이려고 팔았으니 정말 큰 죄를 지었소.”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소? 다 끝난 일이요, 당신이 알아서 처리하시오.”
“이 돈을 받으시고 예수를 풀어주시오.” 유다가 말했다.
가롯 유다는 은 30냥을 제사장 앞에 내놓았다.
“이 돈은 피 값이므로 성전 금고에는 넣을 수 없다.” 제사장이 말했다.
유다는 모든 일에 회개하고 스스로 목매달아 죽었어. 그들은 은 30냥으로 유다의 무덤을 미리 준비했었어.
“이해는 가지만 믿어도 되는 줄은 모르겠네.” 11층이 말했다.
“그럼 성경 한번 통독하고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면 되겠네?”
“그것은 그대의 꾐에 넘어가는 꼴인데, 사실 확인이 필요하니까 성경 읽어볼까?”
“그럼 좋지요.”하며 10층이 말했다.
“내가 들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났어. 그중 하나는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야. 상처 입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 주려고 가해자가 있는 감방으로 찾아갔지. 가해자는 하나님한테 다 용서받았다고 하며 피해자를 보고 시큰둥하면서 웃고만 있었어.”
“맞아, 잘못했다면 회개하고 반드시 상대에게 용서를 구해야 돼.” 10층이 말했다.
“유다는 회개했잖아. 그런데 용서는 못 받은 거 같았어.” 11층이 이야기를 상기했다.
“잘 봤어. 유다가 회개하고 제사장을 찾아갈 것이 아니라 예수를 찾아갔어야 했어.”
“그래서 용서를 구했다면 마음도 평안해지고 자살하지 않을 수 있었어. 베드로와는 반대였어.”
“와, 잘 이해했네. 두 가지를 느꼈다면서 나머지 하나는 뭐야?” 10층이 물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고 옛것을 지켜 새것을 알자라는 내용이야.”
“그렇지, 곧 변해야 한다는 말이네.”
“맞아, 사람은 좋은 쪽으로 변해야 된다는 이야기지.”
“뒤에서 무슨 발자국 소리 같은 거 안 들렸어?”
“무슨? 나뭇잎 소리겠지. 저기 봐 청설모가 양 볼에 도토리를 물고 가네. 귀엽다.”
복희는 천사하고 마감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고 살며시 집으로 와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