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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일어나라!

부제 : 20. 에필로그

by 한평화

‘황혼, 일어나라!’는 2024년 12월에 시작하여 2025년 10월까지 대략 10개월 동안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쓴다는 행위는 고뇌와 환희를 준다. 글을 쓰는 동안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우리의 삶이 불행만 있는 것도 아니고 따스한 봄날처럼 행복만 있는 것도 아니다. 두 형상이 번갈아 불쑥 찾아온다. 분명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쓰는 동안은 어려운 일들을 빨리 양보하여 쉽게 해결한다. 글을 쓰느라 괴로워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다른 사람의 경험과 숨겨 놓았던 통증들을 모아서 설정된 인물들을 통하여 표현한 이야기였다.


주인공 복희는 가슴속에 꿈틀거리는 무엇을 찾아 복지관을 방문한다. 소개하는 과목 팸플릿에 소설반의 글씨가 보였다. 가슴 밑바닥으로 밀어버렸던 무엇인가가 숭굴숭굴 올라왔다. 소설반 등록을 하였다. 거기에서 서로 다른 황혼들의 만남이 있었다.

강사는 30대, 수강생들은 60, 70, 80대 폭이 넓었다. 각 세대마다 기본 뼈대는 같았으나 방식과 태도는 전혀 달랐다.


80대 뜬금할아버지는 한 달 전에 장례식을 미리 거행했다. 죽고 나서 만나면 무슨 소용이겠느냐 하였다. 신세 진 사람들과 함께,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오해가 있었던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같이 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주식할아버지는 외손녀를 키우면서 사건이 벌어지고 그때마다 구원자처럼 복희가 도와주었다. 주식할아버지와 복희는 처음에 으르렁거리고 싸웠으나 나중에는 서로 잘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로맨스가 이루어질 듯하였으나 복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여 좋은 기회들은 흘러가고 로맨스 열매는 맺지 못했다. 복희는 딸과의 갈등이 심했으나 사랑이라는 묘약으로 위기를 잘 넘기고 딸과의 관계가 회복되었다.

길순이라는 수강생은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이야기를 수필로 잘 표현하여 1950, 60년대 부모시대의 사회와 교육관을 잘 보여주었다. 수강생들은 일기를 시로 바꾸어 쓰며 또 소설로 바꾸었다. 서로 부딪치고 싸우고 화해하며 황혼의 시간을 견디고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보았다.


끝남은 다른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황혼에게도 가느다란 에너지는 있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쓸까, 억울한 이야기를 쓸까,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쓸까. 이제 새로운 주인공과 그 이웃들을 만들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꼭 써야만 하는 이야기를, 서로 배려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써야겠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잘 읽어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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