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 Aug 19. 2024

겁쟁이였던 너에게 고맙다 말해주고 싶다

나까지 너를 떠난 이상 더 이상 낮아질 곳 없던 자존감은 끝내 널 할퀴고 상처 입히기 시작했어. 그로 인한 생채기인지 아니면 너의 눈물인 것인지, 망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넌 혼자가 되었어.


죽고 싶다.


 이 생각을 셀 수도 없이 반복했어. 동네의 논밭이 펼쳐진 그 길에서 인터넷 검색창에 [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검색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보여.


 약을 엄청 많이 복용하면 된다고 했으니 입안에 약들을 털어 넣으면 됐는데, 커터칼을 꺼내 들어 손목에 가져다 대었을 때 그대로 긋기만 하면 됐는데, 결국 넌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이렇게 죽기에는 너무 두려웠거든. 죽기 위해 견뎌야 할 그 고통의 시간들이 너무 무서웠거든.


 역설적이게도 [죽으면 돼.]라는 한마디는 너를 숨 쉬게 하는 구멍이 되기도 했어. 도망치지 못하는 그 힘든 시간 속에서 [괜찮아. 그냥 오늘 죽으면 돼. 그럼 다 끝나는 거야.]라는 말을 곱씹으면 이상하게도 조금은 숨이 쉬어졌거든.


지옥 같은 시간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죽음] 이후에 존재하지만, 그래도 너에겐 그런 곳이라도 존재한다는 게 다행으로 여겨졌거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작 그 상황을 맞닥뜨린 너는 겁에 질려 주저앉아 버리고는 했어. 그렇게 너의 수많은 다짐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지.


 그때의 넌 겁이 많은 너를 참 한심하다 생각하고 미워도 했을 거야. 도망치고 싶어도 그러지를 못해, 계속해서 이어지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는 네가 지긋지긋했을 거야. 하지만 네가 그렇게나 증오하는 겁쟁이 덕분에 이렇게 내가 너를 향한 글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는 걸, 넌 모르겠지.

이전 03화 결국 나도 너를 떠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