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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

by 미소


빗장을 걸어두었던 폴더 하나를 꺼내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지긋이 웃다가 그리워하다가 문득 서럽다.


몇 날인가 비가 내렸다.


청춘을 잃은 나이도 아니건만

마흔이란 말이, 쉰이란 말이

그다지도 경쾌한 숫자였다는 게

믿어지질 않는다.


별것 아닌 증상으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한 달이 되도록 나아질 기미가 없다.

빨리 낫기 위하여 두문불출하고 건너는 계절, 다행인 건 주말이면 자주 오던 아이들도 한동안 소식이 없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도 견디다 보면

끝이 있다는 것을 믿기에

젖은 마음 말리고자 산책을 나선다


지루한 장마 끝에 몸을 말리고자

기어 나왔던 지렁이들이

하룻볕에 말라죽어 떼를 이룬다.


일회성인 삶, 지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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