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9월 8일 보름을 갖넘긴 초저녁 밝은 달이 맑은 밤 하늘에 둥실 떠올랐다. 개기월식이라며 떠들석했던 하루 촬영지에 가 있는 동료 작가들, 아쉬운 대로 이번엔 집 베란다에서 한번 찍어보자 싶었다. 3년 만의 기회인데 과연 오늘은 붉은 달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초반 스타트는 아주 좋았다. 휘영청 밝은 하늘에 조각구름이 가끔 지나갈 뿐 이대로라면 오늘 밤은 기대해도 좋을 거란 설렘으로 저녁 상을 물리기 바쁘게 카메라 세팅하고 자정까지 기다리면서도 피곤한 줄 몰랐다.
달을 중심으로 사방이 뚫려있는 야외가 아니다 보니 중간에 카메라 이동을 하며 촬영해야 해서 단컷 촬영을 해봤다. 0시 26분 지구 반 그림자에 달이 들어가는 반영월식을 시작으로 1시 26분 달이 본 그림자에 일부분 가려지는 부분월식까지 2시간 이상 순조롭게 촬영되고 있었다.
잠시후면 한 시간가량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붉은 달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사뭇 상기되어 있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달빛이 그림자에 가려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사이 구름이 밀려와 하늘을 덮어버린 것을 몰랐네. 하필 이 중요한 타임에 딱 맞춰 이런다고?
개기월식 최대 시간인 3시 11분을 넘기고도 4시까지 조금씩 이동한 달을 찾아보겠다고 이방 저 방 돌아다니며 방충망을 열어젖힌 탓에 여름 내내 한 번도 물린 적 없는 모기의 공격으로 온 집안이 초토화되어 급기야 자다가 깨서 나온 가족들의 원성을 사고야 말았다.
잔뜩 부풀었던 마음이 한순간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수면부족으로 비몽사몽에 전신에 상처만 남은 하룻밤의 꿈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또 기회가 올 테니까!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의 반대쪽에 있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달빛이 모두 가려지는 천문현상을 말한다. 개기 월식 때에는 특히 달 표면이 주황색으로 빛나는 블러드문 현상을 볼 수 있다. 월식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간은 약 3.5시간까지 지속되는데 이중 개기월식의 시간은 107분에 이른다.
위 사진들은 당일 촬영한 반영월식부터 부분월식까지의 사진들이다.
이후부터 달이 완전히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서 달의 빛이 모두 사라지고 지구 대기를 통과한 태양 빛으로 붉은 달을 볼 수 있는 블러드문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날 전국 대부분에서 블러드문은 볼 수 없었고, 다음 개기월식은 내년 3월에 또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