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주고 배움을 받고
책을 내서 좋은 점들이 몇 가지 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데요.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관련 강연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중학생들한테 진로라는 게 뭘까요...?
강연하러 가는 기차 안에서 계속 이 고민을 했어요.
진로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에 비해, 중학생의 삶은 아직 다채롭고 넓겠죠.
아무 생각이 없는 친구들이 대다수일 거고 ㅎㅎㅎ
막연한 설렘과 두려움의 공존,
가정마다 존재하는 수많은 사연들,
강연 내용이 무슨 소린가 아리송한 친구들도 있고,
소심해서 손은 못 들지만 숨죽여 집중하는 친구들도 있겠죠.
그걸 '무한함'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저 역시 진로가 완성된 사람도 아니고,
뭔가를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선 것도 아니니까요.
제 진로마저 현재진행형이고,
가끔은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나 싶을 때도 많습니다.
지금의 내가 아주 약한 한 걸음만큼 앞에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민망함과 뿌듯함 이런 감정들이 있어요.
그리고 가장 큰 마음은
단지 그 ‘한 걸음’으로
그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는 감동이었고요.
책을 낸다는 건,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람들과 연결되는 순간들을 만들어주나 봅니다.
누군가의 삶에 스며들 기회를 열어주기도 하고요.
중학생들과 마주했던 그 시간이
저에게는 그런 순간이었어요.
진로를 이야기하러 갔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오히려
작가인 제 스스로의 ‘내 길’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이게 아마 내가 계속 글을 쓰고,
말을 하고,
다양한 채널로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앞으로도 계속 질문을 던질 거예요.
그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또 누군가와 만나고,
그 만남이 다시 나를 조금 앞으로 밀어주겠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강연은 제 진로의 또 하나의 작은 체크포인트 같았습니다.
"싸인 좀 해주세요!!"
까불며 다가오던 친구들이 다 지나고
제가 자리를 떠나기 직전에 친구와 함께 소심하게
책 한 권 받아볼 수 있냐며 묻던 그 친구가 생각나네요.
책을 뿌리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그런 친구들을 위한 한 권쯤은 휴대하고 다녀야겠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 걸음들이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