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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이어야 한다는 믿음

by 황준선

면접 대기실은 차가웠다.

에어컨 바람의 윙-하던 소리가 문이 열리자 들리지 않는다.


그는 정장 단추를 한 번 더 만지며 거울을 보았다.

완벽했다.

스프레이로 고정을 마친 머리스타일, 빈틈없는 넥타이 매듭, 각질 하나 없는 입술.

스펙도 완벽했다.

서울대 4.3/4.3, 영문으로 설정된 에스턴 마틴, 헬스와 클라이밍으로 다져진 몸매, 치아 교정까지 끝냈다.

육각형.

아니, 육각형을 넘어선 정육면체에 가까운 인간.


면접관 세 명이 앉아있다.

“이력서 보니… 정말 완벽하시네요.”


그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감사합니다.”


첫 질문이 떨어졌다.

“당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나요?”

그는 잠시 숨을 멈췄다.


부족한 점?

그는 없었다.

정말로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아주 작은 무언가가 그들의 면접 장면 귀퉁이를 잡고 흔들었다.


그는 대답했다.

“없습니다.”


면접관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한 명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엔트로피는 얼마나 되나요?”


질문이 이상했다.

그는 당황하지 않으려 애썼다.

“죄송하지만…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면접관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엔 그의 육각형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여섯 개의 꼭짓점이 모두 100.

그런데 그래프 한가운데, 아주 작은 검은 점 하나가 찍혀 있었다.


“여기요. 아주 미세하게 꺼진 부분이 있어요.”

면접관이 말했다.

“그게 뭔지 아나요?”


그는 눈에 힘을 주고 그곳을 응시했다.

정말로, 육각형은 완벽하지 않았다.

한쪽 끝, 거의 보이지 않는 곳에

그가 7년 전, 고3 여름, 단 하루 잠을 포기하고 잤던 그날의 흔적이

아주 작은 오목한 점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그 하루.

그 하루만 아니었어도…

그는 손을 뻗어 그래프를 만지려 했다.

그러나 손이 스쳤다.

종이가, 공기가, 그의 손을 통과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 아래로 무언가가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이 떨어졌다.

그리고 또 한 올.

넥타이가 풀렸다.

정장 단추가 툭, 툭 떨어졌다.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면접관들이 일어났다.

“당신은 너무 완벽했어요.

그래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죠.

엔트로피는 늘 이깁니다.”


그가 주저앉았다.

육각형은 이미 삼각형이 되어 있었고,

곧 선 하나로,

곧 점 하나로 줄어들었다.


대기실은 텅 비었다.

에어컨 소리가 다시 들린다.

그러나 바람은 미지근하다.


바닥엔 못생긴 육각형이 그려진 한 장의 이력서와

아주 작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검은 먼지 한 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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