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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불러준 이름, 엄마

by 새봄


"쌍둥이예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어안이 벙벙했다.

집안에 쌍둥이가 없는데 어떻게 쌍둥이를 임신할 수 있는지 당황스럽고 신기하기만 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게 진짜인가?

결혼식 날, 사회자가 신랑, 신부에게 시켰던 말이 진실이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신랑에게는 내 아를 낳아도, 신부에게는 쌍둥이를 낳아줄 게를 복창하도록 했는데, 가볍게 생각하고는 한 술 더 떠서 '세 쌍둥이를 낳아줄게'라고 외쳤다.

왜 그렇게 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세 쌍둥이는 다행히 아니었고 한 번에 두 아이들이 내게 왔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 일명 쌍디 엄마.

쌍둥이 엄마라는 특별한 이름을 갖게 되었다.

임신 기간은 두 배로 조심스러웠고, 몸은 두 배로 무거웠다.

출산하는 날까지 배가 너무 커진 탓에 밤낮으로 가려워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의 심장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둘이 함께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양쪽 팔에 아이들을 품었던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세상 모든 걸 다 가진다 해도 그 귀한 순간을 말이다.


엄마가 된다는 건, 무언가를 잘해 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생각은 무너졌다. 서툴렀고, 매일 실수를 했고, 수없이 울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었다.

그 말에 나는 다시 일어섰고, 괜찮은 척할 수 있었다.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엄마'라는 사실만으도 내 존재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엄마란 어떤 존재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처음으로 내게 불러준 이름이자,

그 이름으로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라고.


이제는 이름처럼 익숙한 말, 엄마.

내가 선택한 이름이 아니지만, 살면서 가장 자랑스럽고 기꺼이 불리고 싶은 이름이다.


[함께하는 작가들]

다정한태쁘​, 지혜여니​, 한빛나​, 새봄​, 아델린​, 따름​, 바람꽃

,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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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