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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로 시작된 변화

by 새봄

매주 토요일 한 주의 설렘과 희망을 안겨주는 날이다.

바로 로또 추첨일이다. 이번 주는 어디서 로또를 살까, 남편과 함께 장소를 물색한다. 그 지역에서 1등이 많이 나온 곳부터 새로 오픈한 가게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석구석 찾아다닌다. 허황된 꿈을 좇는 여정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그 일을 매주하고 있다. 처음엔 로또에 진심을 담아 분석도 하고 여기저기 사러 다니는 남편을 보며, 차라리 그 돈을 모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걸리지도 않는 로또를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편은 “당첨되면 제일 먼저 뭐 하고 싶어?” “그 돈 어떻게 쓰면 좋을까?” 하고 계속 물어왔다. 그럴 때면 걸리지도 않을 돈으로 미리 계획을 세우는 남편이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어차피 가질 수 없는 돈인데, 상상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그 상상을 하고 있다. 아주 설레고 기분 좋은 상상이다. 큰돈이 생기면 뭘 하고 싶은지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상상을 즐길 여유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매주 남편과 로또를 사러 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금씩 변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경제적으로 독립이 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속에서 비로소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해서 생각마저 궁핍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안 돼, 참자’ 하고 나를 통제하기보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그럼 뭐부터 해볼까?’ 하고 작은 실천을 시작하게 되었다.


로또를 사는 순간, 이번 주는 분명 1등에 당첨될 것 같은 설렘과 희망이 생긴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은 기분 좋은 상상으로 가득 찬다. 당첨 번호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쩌면 내가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까지 품어본다. 그리고 비록 그 기대가 현실이 되지 않더라도, 그 시간 동안만큼은 나도 남편도 서로의 꿈을 함께 이야기하며 웃는다. 어쩌면 로또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당첨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 속에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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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