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의 죽음

『동물농장(Animal Farm)』

by 언제나 바람처럼

9장. 복서의 죽음


복서의 갈라진 발굽은 낫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동물들은 승전 축하 행사가 끝난 다음 날부터 다시 풍차를 짓기 시작했다. 복서는 하루도 쉬기를 마다했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래도 저녁이면 클로버에게 발굽이 엄청나게 아프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클로버는 씹어서 준비해 둔 약초를 발굽에 붙여 치료해 주었고, 벤저민과 함께 복서에게 일 좀 줄이라고 설득했다. “말도 튼튼한 폐가 영원히 가지는 않아요.”라며 클로버가 조언했지만, 복서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하나 남았다고 했다. 은퇴할 때가 되기 전에 풍차가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는 거였다.

처음 동물농장의 법령이 제정될 당시 동물들의 은퇴 연령은 말과 돼지는 12세, 암소는 14세, 개는 9세, 양은 7세, 암탉과 거위는 5세로 정해졌다. 노령 배급도 후하게 책정하도록 합의가 되어 있었다. 아직 실제로 노령 배급을 받는 동물은 아무도 없었지만, 최근 들어 이 문제가 갈수록 논란이 됐다. 이제 과수원 너머에 있는 작은 밭을 보리경작지로 책정했기 때문에 커다란 목초지 한 귀퉁이를 울타리로 막아 은퇴한 동물을 위한 방목장으로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말의 경우 노령 배급은 하루에 밀 2킬로그램, 겨울에는 건초 7킬로그램, 공휴일에는 당근이나 사과 1개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했다. 복서는 내년 늦여름이면 열두 번째 생일을 맞게 될 터였다.

하지만 동물들은 사는 게 힘들었다. 이번 겨울도 지난해만큼 추운 데다 식량은 더 부족했다. 또다시 돼지와 개를 제외하고 배급량이 줄었다. 스퀼러는 너무 획일적으로 평등한 배급은 동물주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경우에도 보이는 모습이야 어떻든 실제로는 식량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걸 동물들에게 어렵지 않게 증명했다. 당분간은 물론 배급량을 재조정할(스퀼러는 항상 줄인다고 하지 않고 재조정한다고 표현했다) 필요가 있지만 존스 시절에 비하면 사정은 상당히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퀼러는 카랑카랑한 소리로 빠르게 수치를 읽어가며, 존스 시절보다 귀리와 건초, 순무의 생산량이 늘었다고 상세하게 입증해 보였다. 또한 노동 시간은 더 짧아졌고, 식수의 질은 훨씬 좋아졌으며, 동물들 수명도 더 길어졌고, 새끼들이 유아기까지 생존하는 비율이 증가한 데다, 우리에 짚도 더 많이 깔아 벼룩도 덜 물린다고 주장했다. 동물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존스와 그 시절의 일은 거의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다만 요즘이 사는 게 힘들고 헐벗으며, 배고프고 추위에 떨기 일쑤고, 잠들지 않을 때는 대부분 일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예전이 훨씬 나빴을 게 분명했다. 동물들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더구나 그 시절에는 노예나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자유를 얻었으니, 스퀼러가 빼놓지 않고 강조하듯 이거야말로 진정한 차이였다.

이제는 먹여야 할 식구가 훨씬 많아졌다. 가을이 되자 암퇘지 네 마리가 동시에 새끼를 낳아 총 서른한 마리가 태어났다. 아기 돼지들은 흑백 점박이였는데, 나폴레옹이 농장에서 유일한 수퇘지라서 그의 혈통일 가능성은 다분했다. 나중에 벽돌과 목재를 사들이면 농가 정원에 공부방을 지을 거라는 발표가 있었다. 당분간 새끼 돼지들은 농가 부엌에서 나폴레옹에게 직접 교육받았다. 운동은 정원에서 하고 다른 새끼 동물들과 어울리는 건 금지였다. 이 무렵, 돼지와 다른 동물이 길에서 마주치면 다른 동물이 길을 비켜야 한다는 규칙도 새롭게 정해졌다. 또한 모든 돼지는 지위에 상관없이 일요일마다 녹색 리본을 꼬리에 다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그해 농장은 꽤 성공적으로 운영됐지만, 여전히 돈은 쪼들렸다. 공부방을 지을 벽돌과 모래, 석회를 사야 했고, 풍차를 가동할 기계 장비를 위해 다시 비축을 시작해야 했다. 게다가 농가에서 쓸 등유와 양초는 물론, 나폴레옹 자신이 먹을 설탕(다른 돼지에게는 뚱뚱해진다는 이유로 금지했다)도 필요했다. 또한 연장이나 못, 끈, 석탄, 철사, 고철, 개 비스킷 같은 일상적인 소모품도 사야 했다. 건초와 감자가 일부 팔려나갔고, 달걀 판매량도 주당 600개로 늘어났다. 그래서 그해 암탉들은 겨우 자신들 수를 유지할 만큼만 병아리를 부화시킬 수 있었다. 12월에 줄어든 배급량은 2월에 또다시 줄었고, 기름 절약을 위해 우리에서 등불 사용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돼지들은 무척 편안해 보였고, 사실 오히려 체중이 늘고 있었다. 2월 말 어느 오후, 동물들이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구수하고 군침 도는 냄새가 작은 양조장에서 마당을 가로질러 풍겨왔다. 양조장은 존스 시절에는 사용하지 않던 곳으로 농가 부엌 너머에 있었다. 누군가 보리를 끓이는 냄새라고 말했다. 동물들은 배가 고파 허공을 킁킁거리며, 저녁 배급으로 따뜻한 보리죽이 준비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따뜻한 보리죽은 나오지 않았고, 그 주 일요일에 앞으로 보리는 모두 돼지를 위해서만 비축될 거라는 발표가 있었다. 과수원 너머에 있는 밭에는 이미 보리가 파종된 상태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모든 돼지가 날마다 맥주 500밀리리터씩 배급받고 있으며, 나폴레옹은 2리터씩 배급받아 언제나 크라운 더비 수프 그릇에 담아 마신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동물들은 참고 견뎌야 할 힘든 일이 있어도 전보다는 지금 훨씬 품위 있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느 정도 위안이 됐다. 노래를 부르고, 연설을 듣고, 행진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 나폴레옹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자발적 행진’이라는 행사를 열도록 명령했는데, 동물농장의 투쟁과 승리를 기념하려는 목적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동물들은 일손을 놓고 군대식 행렬로 서서 농장 안을 행진했다. 돼지가 앞장서고, 그 뒤로 말과 암소, 양, 가금류가 따라갔다. 개들은 행렬의 양옆을 지켰고, 맨 앞에는 나폴레옹의 검은 수탉이 선도했다. 언제나 복서와 클로버가 발굽과 뿔이 그려지고 ‘나폴레옹 동지 만세!’라는 표어가 적힌 녹색 깃발을 양옆에서 들고 갔다. 이후에는 나폴레옹을 기리는 시가 낭송됐고, 최근 식량 생산량의 증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스퀼러의 연설이 이어졌으며, 이따금 축포가 발사되기도 했다. 양들은 ‘자발적 행진’을 가장 열렬히 지지했다. 그래서 (가끔 돼지나 개가 근처에 없을 때 몇몇 동물이 그러듯이) 만약 누군가 이 행사가 시간 낭비이며 추위 속에 오래 서 있어야 한다고 불평할라치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라고 크게 울부짖어 확실히 입을 막았다. 하지만 대체로 동물들은 이런 행사를 즐거워했다. 어쨌든 자신들이 진정한 주인이며, 자신들이 하는 일은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위로가 됐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고, 스퀼러의 숫자 목록과 천둥 같은 총소리와 수탉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부끼는 깃발을 바라볼 때면 적어도 그 순간만은 배고프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있었다.


4월에 동물농장은 공화국으로 선포되었고, 대통령을 뽑아야 할 상황이 되었다. 후보는 나폴레옹이 유일해 만장일치로 선출되었다. 같은 날, 스노볼이 존스와 공모했다는 것을 더욱 자세히 보여주는 문서가 새롭게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스노볼은 동물들이 전에 생각한 것처럼 단순히 전략상 외양간 전투에서 패배하려고 시도한 게 아니라 대놓고 존스 편에서 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은 실제로 인간 무리를 이끌고 ‘인간 만세!’라고 외치며 전투에 뛰어든 장본인이 스노볼이었다. 몇몇 동물이 여전히 목격했다고 기억하는 스노볼의 등에 난 상처는 나폴레옹이 이빨로 물어 생긴 거라고 했다.

한여름이 되자 몇 년 동안 보이지 않던 까마귀 모지스가 느닷없이 농장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일은 하지 않고, ‘슈거캔디 마운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똑같았다. 언제나 그루터기에 앉아 검은 날개를 퍼덕이며, 누구라도 들어주기만 하면 몇 시간이고 떠들었다. “저 위에 말이오, 동지들.” 그러면서 큰 부리로 하늘을 가리키며 자못 진지하게 말하곤 했다. “저 위에, 저기 보이는 먹구름 바로 너머에 가면 ‘슈거캔디 마운틴’이 있어요. 불쌍한 우리 동물이 힘든 노동에서 해방되어 영원히 쉴 수 있는 행복의 나라라오!” 심지어 자신이 한 번 높이 날아서 가봤는데, 거기에는 사시사철 토끼풀이 자라고 아마씨 깻묵과 각설탕이 산울타리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동물들은 대부분 그 말을 믿었다. 지금 이렇게 굶주리고 힘들게 사는데, 어딘가 더 나은 세상이 존재하는 게 당연하고 정의롭지 않냐고 생각했다. 이해하기 힘든 건 모지스를 대하는 돼지들 태도였다. 돼지들은 모두 모지스가 떠드는 슈거캔디 마운틴 이야기는 허튼소리라고 비웃으면서도, 모지스가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매일 맥주 한 잔씩 배급받으며 농장에 머물도록 해주었다.

복서는 발굽이 나은 후 전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사실 그해 동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노예처럼 일했다. 농장의 정규 작업과 풍차 재건 외에도, 어린 돼지들 공부방을 짓는 일이 3월부터 시작되었다. 때로는 제대로 먹지 못해 오래 버티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복서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말이나 행동은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징후를 전혀 볼 수 없었다. 다만 외모만 조금 달라졌다. 예전보다 거죽에 윤기가 덜했고, 커다란 엉덩이가 쭈그러들어 보였다. 다른 동물들은 “봄 풀이 돋아날 때면 복서도 회복될 거야.”라고 말했지만, 봄이 왔는데도 복서는 다시 살이 오르지 않았다. 이따금 채석장 꼭대기로 올라가는 비탈에서 복서가 거대한 바위 무게를 떠받치려 근육에 힘을 줄 때면, 오로지 계속하려는 의지 밖에는 발로 설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럴 때면 입술로는 “나는 더 열심히 일할 거야.”라고 말하는 듯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다시금 클로버와 벤저민이 건강을 돌보라고 경고했지만, 복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열두 번째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복서는 은퇴하기 전에 돌을 많이 쌓아둘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해 여름 어느 늦은 저녁, 갑자기 복서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문이 농장에 퍼졌다. 돌덩이를 풍차로 옮기려고 혼자서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역시나 소문은 사실이었다. 몇 분 후 비둘기 두 마리가 급히 날아와 소식을 전했다.


“복서가 쓰러졌어요! 옆으로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요!”

농장에 있는 동물 절반가량이 풍차가 있는 언덕으로 달려갔다. 복서는 수레 축 사이에 쓰러져 목을 쭉 뻗은 채 고개도 못 들고 있었다. 눈빛은 흐릿했고 옆구리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입에서는 가느다랗게 피가 흘러나왔다. 클로버는 복서 옆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복서! 괜찮아요?” 클로버가 외쳤다.


“숨이 차서 그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난 괜찮아. 풍차는 내가 없어도 완성할 수 있을 거요. 돌덩이를 꽤 많이 쌓아 놓았으니까. 어쨌든 나는 일할 날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소. 사실 은퇴할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오. 아마 벤저민도 늙어가고 있으니 같이 은퇴해 내게 친구가 되도록 해주겠지요.”

“당장 도움을 청해야 해요.” 클로버가 소리쳤다. “누가 빨리 달려가서 스퀼러에게 이 사실을 알려줘요.”

동물들은 일제히 농장으로 황급히 달려가 스퀼러에게 소식을 전했다. 클로버와 벤저민만 남았고, 벤저민은 복서 옆에 앉아 말없이 긴 꼬리로 파리를 쫓아주었다. 15분 정도 지나자 스퀼러가 잔뜩 동정 어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는 농장에서 가장 충실히 일한 동지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다는 소식에 나폴레옹 동지가 매우 안타까워하며, 이미 복서를 윌링던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보낼 조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들은 이 말을 듣고 약간 불안했다. 몰리와 스노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농장을 떠난 적이 없었고, 아픈 동지를 인간들 손에 맡긴다는 생각이 영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스퀼러는 윌링던의 수의사가 농장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게 복서의 상태를 치료할 수 있다고 쉽게 설득했다. 약 30분 후 복서는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자 힘겹게 일어나 절뚝거리며 간신히 마구간으로 돌아갔다. 복서를 위해 클로버와 벤저민이 짚으로 푹신한 잠자리를 준비해 놓았다.


그 후 이틀 동안 복서는 마구간에 남아있었다. 돼지들은 농가 욕실의 약상자에서 찾아낸 큰 분홍색 약병을 보내왔고, 클로버는 하루 두 번 식사 후 복서에게 그 약을 먹였다. 저녁이면 클로버는 마구간에 누워 복서와 이야기를 나눴고, 벤저민은 파리를 쫓아주었다. 복서는 이렇게 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심경을 밝혔다. 건강을 잘 회복한다면 3년은 더 살 거로 예상하며, 큰 목초지 한 귀퉁이에서 평화롭게 보낼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복서는 처음으로 공부하고 마음을 수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터였다. 복서는 남은 생애를 바쳐 나머지 알파벳 스물두 글자를 배우는 데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벤저민과 클로버는 일을 끝마친 후에만 복서와 함께 있을 수 있었고, 복서를 데려가려고 마차가 들이닥친 건 한낮이었다. 동물들은 다 함께 돼지의 감독 아래 순무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벤저민이 농가 건물 쪽에서 헐레벌떡 달려오며 큰 소리로 울부짖자 깜짝 놀랐다. 벤저민이 그렇게 흥분한 걸 본 적이 없었고, 사실 달리는 모습도 처음이었다.


“빨리, 빨리!” 벤저민이 소리쳤다. “당장 와요! 저들이 복서를 데려가고 있단 말이오!”


동물들은 돼지의 명령을 기다릴 것도 없이 하던 일을 팽개치고 농가 건물로 달려갔다. 정말로 마당에는 말 두 마리가 끄는 커다란 밀폐형 마차가 와 있었다. 마차 옆면에 글씨가 적혀 있었고, 교활해 보이는 남자가 춤이 낮은 중절모를 쓰고 마부석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복서의 마구간은 텅 비어 있었다.


동물들은 마차 주위로 몰려들었다. “잘 가요, 복서!” 다들 한 목소리로 외쳤다. “안녕!”

“아휴! 바보들!” 벤저민은 동물들 주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작은 발굽으로 땅을 쿵쿵 밟으며 소리쳤다. “바보들! 저 마차 옆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모르겠소?”


그 말에 동물들이 조용해졌다. 뮤리엘이 글자를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벤저민이 뮤리엘을 옆으로 밀치더니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가운데 문구를 읽어갔다.

“‘알프레드 시몬스, 윌링던 말 도축 및 아교 제작, 가죽 및 골분 판매, 개집 공급’ 저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저들은 복서를 도살장에 데려가는 거란 말이오!”

일제히 공포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 순간 마부석의 남자가 말에 채찍을 휘둘렀고, 마차는 빠른 속도로 마당을 빠져나갔다. 동물들은 우르르 뒤따르며 목청껏 큰 소리로 외쳤다. 클로버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를 썼다. 마차는 점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클로버는 튼튼한 다리로 전속력으로 달리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 “복서!” 클로버가 소리쳤다. “복서! 복서! 복서!” 바로 이때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는지, 코에 흰 줄무늬가 있는 복서의 얼굴이 마차 뒤쪽의 작은 창문에 나타났다.

“복서!” 클로버가 숨넘어갈 듯 다급히 외쳤다. “복서! 나와요! 빨리 나와! 저들이 당신을 죽이러 데려가는 거라고!”


동물들도 일제히 소리쳤다. “나와요, 복서, 나와요!” 하지만 마차는 이미 속도를 올리며 멀어지고 있었다. 복서가 클로버가 한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복서 얼굴이 창문에서 사라지더니, 마차 안에서 쿵쿵대는 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복서는 탈출하려고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발굽으로 몇 번만 차도 마차는 성냥갑처럼 부서졌을 것이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제는 체력이 다했고, 잠시 후 발굽 소리마저 희미해지다가 잦아들었다. 절박해진 동물들은 말 두 마리에게 마차를 멈추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동지들, 동지들!” 동물들이 소리쳤다. “여러분 형제를 죽음으로 몰고 가지 말아요!” 하지만 우둔한 짐승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귀를 뒤로 젖히고 걸음만 재촉할 따름이었다. 복서의 얼굴은 더 이상 창문에 나타나지 않았다. 누군가 앞질러 가서 빗장 다섯 개 걸린 대문을 닫을 생각을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마차는 순식간에 대문을 통과해 큰길을 따라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다시는 복서를 볼 수가 없었다.


사흘 후, 복서가 윌링던 병원에서 온갖 말이 받을 수 있는 치료를 받았는데도 결국 죽었다고 전해졌다. 스퀼러가 이 소식을 동물들에게 알리러 왔다. 그는 복서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본 중 가장 가슴이 뭉클했어요!” 스퀼러가 앞발을 들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내가 침대 곁에서 마지막 순간을 지켰거든요. 나중에, 거의 말할 힘도 없어진 복서가 내 귀에 대고 자신은 오로지 풍차가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서 애통하다고 속삭이더군요. ‘전진하시오, 동지들! 반란의 이름으로 전진하시오. 동물농장이여 영원하라! 나폴레옹 동지 만세!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소.’ 이것이 복서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어요, 동지들.”


여기서 스퀼러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잠시 침묵하더니 작은 눈으로 이리저리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고는 말을 이었다.


스퀼러는 복서가 실려 갈 때 바보 같은 사악한 소문이 돌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몇몇 동물이 복서를 데려간 마차에 ‘말 도축’이라고 쓰인 걸 보고, 복서가 도살장으로 보내진다고 실제로 단정했다는 말이었다. 스퀼러는 어떤 동물이 그토록 어리석을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꼬리를 휙휙 저으며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면서 화를 냈다. 분명히 사랑하는 지도자 나폴레옹 동지 마음을 그 이상으로 알고 있지 않냐고 소리쳤다. 하지만 설명은 사실 아주 간단했다. 마차는 전에 도살업자 소유였고, 수의사가 사들인 다음 예전 이름을 아직 지우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오해가 생긴 것이었다.

동물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푹 놓였다. 그리고 스퀼러가 계속해서 복서가 죽음을 맞기까지 어땠는지 자세하게 들려주며, 복서가 극진히 보살핌을 받았고 나폴레옹이 비용을 아끼지 않고 비싼 약값을 댔다고 말하자 마지막 의심마저 사라져 버렸고, 최소한 복서가 행복하게 죽음을 맞았다는 생각에 동지가 죽은 슬픔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나폴레옹은 다음 일요일 아침 집회에 직접 나타나 복서를 추모하는 짧은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모두가 애도하는 동지의 유해를 농장에 묻기 위해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농가 정원의 월계수로 큰 화환을 만들어 복서의 무덤에 가져다 놓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돼지들은 복서를 기리기 위해 추모 연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나폴레옹은 복서가 가장 좋아했던 두 가지 신조, ‘나는 더 열심히 일할 거야’와 ‘나폴레옹 동지는 언제나 옳다’를 상기시키며 연설을 마쳤다. 모든 동물이 이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회가 열리기로 한 날, 윌링던에서 식료품상 마차가 와서 농가에 큰 나무 상자를 배달했다. 그날 밤 떠들썩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서 격렬한 싸움 소리가 나더니, 11시쯤 유리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로 소란이 끝났다. 다음 날 정오까지 농가에는 아무 기척이 없었고, 돼지들이 어디선가 돈을 구해 위스키를 한 상자 더 샀다는 소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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