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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떡순 Sep 19. 2024

브런치에서 신랑의 글을 보았다-1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아내였던 것이다.

브런치에서 신랑의 글을 보았다..

일반적인 와이프/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아내...

날 지칭하는 말에 기분이 묘했다.

회식을 하고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면 잔소리를 하는 그냥 일반적인 부인이 되어있었다는 그런 글이었다.


내가 든 감정은 실망과 의문이었다.


그래서 나도 글을 적으며 생각해 보기로 했다.

정말 회식 때문에 귀가가 늦어져서 하는 일반적인 잔소리인지에 대해...



 

우리는 코로나 터지기 2~3달 전에 만나고

코로나 때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했다.


코로나 때라 신랑은 일이 끝나면 곧장 우리 집 앞으로 왔고 매일 드라이브를 하며 데이트를 했다.

또 만나는 동안 항상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내가 궁금해하기도 전에 알려줬었고, 나는 당연히 그런 신랑의 모습이 좋았고 특별한 믿음을 주지 않아도 신뢰는 두터워졌다.


우리 신랑은 직장이 좋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많았었다.

   

우리 부모님께는 알리지 말았어야 하는 신랑의 아픔을 숨겨야 해서 나름 걱정도 많았지만 내가 안고 가면 될 일이라 부모님께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결혼을 결심한 건 착한 성품이었다.


결혼 후 신랑은 예상대로 가정적이었다.

나에게 의존적이고 항상 나와 같이 하는 것을 좋아했고 나는 그런 성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경험이 부족했을 뿐 이런 신랑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이 즐거웠고 같이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고 술도 함께 하면 정말 마음이 편했고 그게 힐링이었다.

    

신랑은 직장-집만 오고 갔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약간 사람을 가리는 것도 나와 비슷했고 쉽게 정을 주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나는 그런 신랑의 모습에 조금 답답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사회생활인데 신랑 이야길 들어보면 본인만 정보가 없고 본인의 이야기 또한 주변을 통해 듣는 경우가 꽤 많았다.


회식을 해도 밥만 먹고 곧장 집으로 왔고 동년배의 동료들과 2차를 가라고 해도 절대 가지 않고 집으로 오곤 했다. 하지만.. 신랑은 딱히 정보를 위해서 그런 관계를 가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 또한 존중했다. 사실 집으로 곧장 오니 아내 입장에서 어쩌면 더 괜찮은 일이라 좋았을 수도 있다.




          

신랑 직장에 22년에 입사한 동료가 있었는데 고향도 같고 동갑이라고 했다. 엄청 외향적이라 여기저기 일을 많이 벌이고 다닌다기에 참 활달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2년 전 둘 다 코로나에 걸렸고 신랑에게 동료가 귤을 보냈다고 했다. 입사한 지 2달? 정도인데 신랑이 말하는 성격이 뭔지 약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날 노트북을 하는데 신랑 카톡이 켜져 있었고, 이모티콘이 계속 올라왔다. 신랑한테 말을 했더니 그 동료라고 했다. 무슨 남자가 이리 여성스럽냐고 이모티콘을 뭘 이렇게나 많이 보내냐고 했더니 여자라는 것이다.


나는 왜 그 동료가 여성이라고 생각을 못했을까?

뭐.. 성별이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미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신랑은 회식을 많이 좋아하지 않았었다.

나와 신랑의 생각과 기억의 차이일지 모르지만, 지켜보는 나는 크게 와닿았지만 신랑은 느끼지 못했다.


회식이 잦은 직장도 아니었고 회식을 가서 2차를 가는 일이 있더라도 가지 않았고 집으로 바로 왔었다.

코로나의 원인도 있었지만 사람들도 2차 3차를 즐기지 않는다고 했다.


신랑 바로 위의 선배(?)가 신랑에게 또래의 동료와 자리를 만들어서 단합이라도 하라고 했다기에 나 역시 도 그 분이 일부러 그런 말을 해주시는 거 보니 자리를 만들어 밥이라도 먹으라고 했지만, 글쎄.. 신랑은 주도하지 않았다.


술자리나 개별적인 단합에 여러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했지만.. 그 역시도 딱히 궁금하지 않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새로운 동료는 프로젝트를 많이 가져오는 사람이었고 주변의 여러 교수들과도 논문을 많이 썼으며 우리 신랑에게도 같이 무엇가를 해보자며 제안을 했고 신랑이 받아들이면서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 이성 동료가 포함된 술자리가 생기면 매 번 참석을 하였고, 신랑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하고 그 일이 끝나면 매 번 밥을 먹고 가자고 제안을 했었다.


신랑은 내가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게 신경이 쓰여 갈 때도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신랑은 술을 마시면 만취가 된다.

사귈 땐 몰랐었다. 코로나 때고 회식이 거의 없었으니..

(사실.. 집에서 술을 마실 때면 만취가 되곤 했는데..

내가 무지했었다. 밖에서도 이럴 수 있단 걸 놓친 거다.)


그 이성 동료 역시 자리마다 술을 많이 마신다고 했고 어떨 땐 몸을 못 가누어 신랑이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온 적도 있다고 한다.


2차를 우리 집에서 1시간이 넘는 거리인 곳을 가기도 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까지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 전에 그 이성 동료 때문에 싸워서 사이가 좋지 않았고 만취해서 새벽에 들어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 바로 뒷날도 회식을 했고 여전히 만취가 되어 전화가 왔다.


나는 그런 신랑에게 딱 한 번 잔소리를 했었다.


이전에는 만취가 되어 차에서 문을 열어두고 잤고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나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새벽 4시가 넘어 집으로 온 신랑에게 세상이 무섭고 위험하니 조심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신랑은 이런 나를 답답하다고 표현하기 시작했고, 글 역시 다름없는 보통의 아내로 적어놓았네..


신랑의 환경이 변했을진 모르겠지만 또래 동료 남자 2명은 그대로였고, 나머지 그 이성 동료 1명만 추가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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